[양상문의 투수탐구] 넥센 손승락 “폼 바꿔!…손 놓고 있다간 ‘손’ 쓸 수 없다”

입력 2012-0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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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볼을 던진 뒤 점프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역동적인 모습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넥센 승리 자물쇠 손승락


큰 투구폼에 마무리 점프 습관 몸에 무리
잦은 등판 예고된 올시즌 부상 부를 수도
명품 직구에 비해 커터 제구력 아직 부족
정교한 컨트롤로 범타 유도 능력 갖춰야

넥센 손승락(30)은 대구고를 졸업할 당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지만 영남대 진학을 결정했고, 권영호 감독과 김상엽 코치에게 4년간 지도를 받은 후 2005년 현대에 입단했다.입단 당시 현대에서는 우완 선발감으로 기대를 많이 했다. 당시 구속이 140km대 중·후반을 찍었을 정도로 아주 강한 힘을 주무기로 한 우완 투수였기에 손승락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감독이나 투수코치는 실전에서 볼넷을 허용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지만, 신인 선수들을 평가할 때는 구속이 빠른 투수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각 구단 스카우트가 빠른 공을 가진 투수들에게 확실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훈련으로 구속을 올리는 것과 제구력을 다듬는 것 중 어느 쪽이 좀 더 쉬운지는 아직 현장에서도 숙제로 남아 있다.

2005년 스프링캠프 때 후쿠오카에서 손승락이 롯데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한 적이 있다. 신인 투수라서 좀 더 유심히 봤는데 빠른 공의 위력이 정말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구력은 그다지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빠른 공을 던지는 신인 투수를 뽑은 현대가 부러웠다. 손승락은 그날 이대호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면서 대량 실점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해야 하지만 유망한 투수의 사기를 너무 꺾은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손승락은 결국 2005년 5승10패, 2006년 6승5패를 기록하면서 선발 투수로서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3년간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이후 경찰청에서 야구를 하면서 절치부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10년에서야 손승락의 매력이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했다.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는 힘있는 공을 던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시즌이었다. 손승락은 53경기에서 63.1이닝을 던져 2승3패 26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다. 손승락의 활약으로 넥센이 최하위를 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시진 감독과 넥센은 가장 중요하지만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그러나 누군가는 꼭 맡아서 해야 할 마무리 투수를 마침내 찾아냄으로써 순위 경쟁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 기록적인 부분

손승락의 개인적인 성향을 보더라도 선발보다는 마무리가 적합해 보인다. 첫째로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빠른 템포의 투구다. 어떤 타자와의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함이 없다. 주저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고, 이런 자신감의 표현은 결국 상대 타자에게 큰 압박감을 주게 된다. 승기를 먼저 잡고 승부에 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투구폼이 다소 크다는 느낌을 주지만 천천히 준비 동작을 한 뒤 임팩트부터 피니시 동작까지 역동적인 면(슬로우→퀵)도 인상적이다. 삼성 오승환이 스트라이드(발을 내딛는 동작)에서 타자의 타이밍을 흔든다면, 손승락은 투구폼 전체의 첫 자세에서 타자의 타이밍을 잡아내는 듯 하다.

투수가 직구와 변화구를 던지는 이유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서다. 정상적인 타격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특급 투수들을 보면 투구 자체의 구위가 뛰어나서 타자를 이겨내기도 하지만 투구폼에서부터 지능적인 방법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려 놓는다. (본인이 의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식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투구폼도 있다) 즉, ‘하나∼둘∼셋’으로 던지는 투수보다는 ‘하나아∼두울∼셋’과 같은 방식으로 투구 템포를 조절하게 되면 타자는 자연스럽게 호흡이 흔들리고, 정확하고 힘있는 타격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손승락의 투구 리듬은 추천할 만한 것이다.

마무리 투수는 많은 구종이 필요 없다. 확실하게 위력적인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 최근 투수들도 살아남기 위해 구종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컷패스트볼(커터)이라는 구종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손승락이 던지는 구종이 슬라이더보다는 커터에 가까운 구종으로 보인다. 경기 중 던지는 변화구는 많지 않다. 단 두 종류로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성격의 커터인데 가끔 실투로 각도가 줄어든 전형적인 슬라이더를 던진다. 그러나 이 구종을 자세히 살펴보면 본인 스스로 각도를 많이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인의 장점인 빠른 공을 이용한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이렇듯 마운드에서는 언제나 자신감 있는 당당한 모습이다. 단 두 가지 구종으로도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마무리 투수로써 갖추어야할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지난 시즌 연패 탈출에 고심하던 심수창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더 강한 집념을 보여줬던 사직구장에서의 동료애는 야구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동료를 위해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는 본받을 만한 것이다.


● 걱정과 주의할 점

올시즌부터 넥센도 성적을 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야구인이 넥센이 지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여건이 어떻든 프로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승리를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의 책임감은 더할 것이다.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도 한층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어깨 부상으로 5월에서야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다행히 등판 이닝이나 등판일정을 관리해 무사히 시즌을 끝냈지만 언제 어떻게 그런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작년 후반기에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책임감 때문에 등판하는 모습이 종종 있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투구 동작을 끝내며 점프하는 손승락의 자세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역동적이지만 개인적인 시각에서 분명 몸에 무리가 큰 투구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금 동작을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동작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폼에 손을 댈 필요는 없지만 부상의 위험을 생각하면 과도한 동작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런 동작이 평균 구속을 올려주는 것이 전혀 아니다. 혹시 스피드가 조금 증가되더라도, 속도를 줄이고 좀 더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사실 손승락은 완벽한 제구보다는 강한 힘과 위력적인 슬라이더(커터)로 상대와 승부하는 스타일의 투수다. 평소 투구폼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시즌은 넥센과 손승락에게 새로운 도약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까지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많아질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체력관리를 해야 하고 조금 무리가 오더라도 이겨 낼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등판할 때마다 타자와 승부를 조금 더 쉽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직구의 위력은 좋으나 커터의 제구가 아직은 결정구로 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커터로 헛스윙 혹은 범타를 유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투구수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마무리 투수는 단 두 가지 구종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손승락에게 떨어지는 변화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더라도 어깨에 무리가 가는 떨어지는 구종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결론은 단 하나. 지금 던지는 커터의 정확도를 더 늘릴 수밖에 없다. 빠른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출 때 공 2∼3개 정도 빠지는 각도를 만들면서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할 수 있는 커터의 정교함을 키우는 것이다.

이런 선택은 결국 본인이 우선돼야 한다. 코치와의 대화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투수들이 소홀히 할 수 있는 견제 능력이나 번트 등을 처리하는 수비 능력은 아주 뛰어나다. 마무리 투수로서의 장점이다.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넥센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손승락의 활약이 절실한 시즌이다.


● 넥센 손승락?


▲ 생년월일 = 1982년 3월 4일

▲ 출신교 = 내당초∼경상중∼대구고∼영남대

▲ 키·몸무게 = 187cm·80kg(우투우타)

▲ 프로 경력 = 2001 신인 드래프트 현대 2차 3번(전체 25순위) 지명·2005년 현대 입단

▲ 2011년 성적 = 49경기 52.1이닝 4승2패17세이브2홀드 41탈삼진 방어율 1.89

▲ 2011년 연봉 = 1억3000만원

▲ 개인 타이틀 = 2010년 구원 1위(26세이브)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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