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축구협…김진국 전무 사퇴로 덮어질까

입력 2012-0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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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없다던 그…자진사퇴 왜?

횡령 혐의 직원 위로금 퇴직 논란되자
명확한 의혹규명 없이 책임자만 문책
축구인들 “자정노력 안하고…또 졸속”

대한체육회 “사흘간 축구협 특정감사”

대한축구협회가 절도 미수와 횡령 혐의가 있는 직원에게 1억5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진국 전무이사가 27일 사퇴했다. 김 전무는 협회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리 행위를 감싸거나 조사를 방해했다는 (협회 노조)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김주성 국제국장은 2009년 이후 공석이던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축구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


김 전무의 사퇴와 함께 횡령 파문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관련 책임자를 문책했지만 모든 의혹이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비리 직원에게 상식 밖의 위로금을 주며 퇴직시킬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나 협회와 비리 직원이 주고받았다는 합의서 내용, 비리 직원이 사직 압력을 받자 오히려 협회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 든 협회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내부 비리에 대한 내용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

협회는 반성의 기미도 없다. 김 전무 이외에 누구도 책임지거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다름 아니다.

또 다른 비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 전무의 사퇴 이외에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김 전무의 일은 참으로 안타깝다”던 조중연 협회장은 ‘정확한 협회 입장을 알려 달라’는 물음에는 묵묵부답이었다. 협회 내 분위기는 싸늘하다. 상당수 협회 실무자들은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말로 깨끗하다면 쉬쉬하고 덮을 것이 아니라 비리 직원에 대해 형사고발 등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면적인 개혁만이 살 길


대한축구협회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더욱 확대될 경우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심지어 국회 차원의 감사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격적인 사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자정 능력을 키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해 10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메머드급 체육단체이자 비영리 법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장 깨끗해야 할 단체가 가장 부도덕한 단체로 곤두박질쳐서는 곤란하다.

협회는 거액을 들여 제작한 컨설팅 자료도 전혀 참고 하지 않았다. 반짝 했던 일종의 액션이었을 뿐이다. 무슨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항상 졸속 처리로 위기를 모면해 왔던 협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축구인은 “협회가 쓴 소리는 전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해줄 조언이 없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또 다른 축구인도 “내부 감사도 한계가 있고 허점이 뚜렷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결국 이번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따끔한 외부 감사를 받는 것뿐인데, 정치권과 깊숙이 연계된 협회의 특성상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협회는 이제부터라도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비리 직원에게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준 사실이 드러난 대한축구협회에 특정감사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체육회는 30일부터 사흘간 협회 회계담당 직원의 횡령 혐의 및 퇴직 위로금 지급에 관한 제반 사항에 대해 감사를 벌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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