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LG 신재웅 깨운 한마디 “아직 젊다, 포기마라”

입력 2012-0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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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스프링캠프, 다시 비상을 꿈꾼다. LG 신재웅은 데뷔 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투수’라는 극찬을 받았고 첫 선발등판에서 1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적, 방출, 좌절 등 오랜 방황 끝에 친정 LG로 돌아왔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유망주 → 이적 → 공익근무 → 방출 → 5년만에 캠프 참가
LG서 완봉승으로 선발 데뷔…그 1승이 끝
갑작스런 이적에 방출까지…희망을 잃었다
친정팀 차명석 코치 부름에 이 악물고 구슬땀
올 정식등록선수 승격…새로운 비상꿈꾼다
한 때 제법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꽃은 피우지 못했고, 갑작스런 이적과 방출 충격을 딛고 다시 친정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에겐 정말 야구가 간절하다. 1군 무대에 꼭 다시 서고 싶다”고 하는 것도 남다른 굴곡과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5년 만에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LG 투수 신재웅(30) 얘기다.


○‘마조니 주니어’와 ‘1안타 완봉승’ 선발 데뷔

마산고∼동의대를 거쳐 2005년 2차 3번으로 LG에 입단한 신재웅은 그해 26경기에서 불펜 등판, 1승 2홀드를 기록했다. 그가 팬들의 주목을 받은 건 이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2006시즌을 앞두고 하와이에서 가진 전지훈련에서 신재웅은 인스트럭터로 참가한 볼티모어의 명 투수코치 레오 마조니로부터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빼어난 투수”라는 극찬을 받고 일약 이름을 날렸다. ‘마조니 주니어’란 별명이 생긴 것도 그 때였다. 그 해 8월 11일 잠실구장 한화전. 데뷔 첫 선발로 나선 신재웅은 노히트노런을 눈앞에 뒀다가 9회 신경현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아쉽게 대기록을 놓쳤다. 결과는 1안타 완봉승. 그야말로 충격적인 선발 데뷔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1승이 그 해 유일한 승수였다. 1승2패 1홀드에 방어율 4.61이 2006년 시즌 성적.

그해 말 그는 LG가 프리에이전트(FA) 박명환을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로 두산의 부름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적, 두산은 그가 가진 좌완투수로서 매력에 주목했지만 갑작스런 이적이 불행의 시작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2007시즌 새 팀에서 의욕적으로 4·5선발을 노리던 신재웅은 뜻밖의 시련에 부딪친다. 두산의 전훈 장소였던 일본 쓰쿠미에서 쌀쌀한 날씨에 무리해서 볼을 던진 게 원인이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작된 어깨 통증은 한 해 내내 계속됐고, 2007년 말 결국 구단과 상의한 뒤 ‘도망가듯’ 군에 입대했다. 고향인 마산에서 공익근무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던 2008년 말, 그는 구단으로부터 “방출됐다. 미안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때 남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유망주에서 뜻하지 않은 이적, 그리고 부상에 이은 공익근무 중 방출 소식. 희망을 잃었고, 꿈을 잃은 좌절의 시간,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낸 건 현 LG 차명석 투수코치였다.


○아직 젊다. 포기하긴 이르다

“구단에 말해 다시 기회를 줄 것이다. 남아있는 공익근무 기간 동안 꾸준히 몸을 만들어라. 넌 야구로 살아야 할 몸이다. 젊고,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는 차 코치의 말에 다시 용기를 얻었다. 이를 악물고 다시 운동에 매달린 것도 그 덕분이었다. 2010년 4월, 소집해제되기 전까지 집 근처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했고, 어깨 통증은 ‘시간이 약’이 된 듯 어느덧 사라졌다. 모교인 마산고에서 한참 어린 후배들과 구슬땀도 흘렸다.

결국 2010년 시즌 종료 후 입단 테스트를 받은 신재웅은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은 물론, 이렇다할 돈도 받지 못하는 신고선수였다. 그래도 좋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다시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

신재웅은 지난 1년간 절치부심했다. 2007년부터 이어진 3년간의 실전 공백은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2군에서 볼을 뿌렸고, 결국 올해 연봉 2400만원에 정식등록선수로 승격한 뒤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많은 아픔을 겪었고,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하지만 내가 어려울 때 다시 불러주신 차명석 코치님, 그리고 LG를 위해서라도 난 더 잘 해야 한다.” 일단 코칭스태프 평가도 좋다. 치열하게 캠프를 준비한 만큼, 다른 선수들보다 페이스도 빠르다. 많지 않은 나이에 야구 인생의 굴곡을 경험한 신재웅. 그는 2012년,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시가와(일본 오키나와현)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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