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1500m 3관왕 ‘기적의 레이스’

입력 2012-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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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연습삼아 뛴 1500m 한국신
호주대회 14분47초38…7초65 당겨
볼 코치 “올림픽선 1500m 출전없다”
2차 전훈 잠영거리·스피드 향상 성과


천재의 특징은 그가 영감을 받았을 때,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1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오픈 자유형 1500m에 출전한 ‘마린보이’가 그랬다. 박태환(23·단국대)은 14분47초38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며 자신의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금메달 역시 그의 차지였다.


○불멸의 기록될 줄 알았는데…

남자 자유형 1500m의 종전 한국기록은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세운 14분55초03. 박태환이 마이클 볼(호주) 전담코치와 만나 자유형 200·400m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기록은 불멸로 남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박태환은 훈련 삼아 출전한 대회에서 5년 2개월여 만에 한국기록을 7초65나 앞당기는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볼 코치조차 “놀랍다(surprise)!”고 외칠 정도였다.


○볼 코치 ‘올림픽 1500m 출전은 없다!’

볼 코치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었다. 박태환은 지난 40일간의 2차 호주 전지훈련에서 1500m를 염두에 둔 훈련을 하지 않았다. 올림픽 전략종목인 200·400m 담금질에 집중했다. 볼 코치는 “만약 지구력이 중요한 1500m 훈련을 병행한다면 스피드가 요구되는 200·400m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세계적으로도 200·400·1500m를 모두 뛰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볼 코치는 12일 한국기록 경신 직후에도 “런던올림픽에서 1500m 출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적의 레이스, 숨은 힘은 조카?

박태환은 12일 1500m 레이스 전 50m(3위) 경기에도 나섰다. 10일 자유형 100m(4위)와 400m(1위), 11일 자유형 200m(1위)에 출전하는 등 체력적으로 많이 소진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쾌한 마음만은 잘 유지했다. 9일 태어난 조카 덕분이었다. 박태환은 누나 박인미 씨가 보내 준 조카의 사진을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아버지 박인호 씨는 “(박)태환이는 기분이 좋을 때면 운동도 항상 잘 했다”며 웃었다.




○2차 전훈 성과…잠영거리·스피드 향상

이번 대회로 확인된 2차 전훈의 성과는 잠영거리와 스피드의 향상이다. 박태환은 11일 자유형 200m 결승 150m 지점에서 돌핀킥 5회를 차며 10m나 잠영을 했다. 2011년 7월 상하이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결승에서의 돌핀킥(4번)과 잠영거리(7.5∼8m)보다 향상된 수치다. 아직 100%의 몸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1일 마지막 50m 기록(26초80)은 상하이세계선수권 당시(26초35)에 근접했다. 런던을 향한 마린보이의 역영은 순풍을 타고 있다. 박태환은 13일 일시 귀국한 뒤 19일 다시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난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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