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 ‘청야니 징크스’ 날려 보냈다

입력 2012-04-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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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R 끝날때까지 톱10중 한국선수 무려 7명
청야니, 태극낭자 추격에 흔들려 멘탈붕괴

최나연·신지애·김인경·양희영·서희경…
“타도! 청야니…다음엔 내가 우승 쏜다”


지긋지긋한 청야니(대만) 징크스를 시원하게 날려 보냈다. 이젠 해볼만 하다.

한국선수들의 ‘청야니 징크스’는 작년부터 시작됐다. 청야니는 2월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미셸 위, 9월 아칸소 챔피언십 양희영, 10월 하나은행 챔피언십 최나연, 그리고 선라이즈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다시 양희영을 울렸다.

올해도 청야니 징크스는 계속됐다. 3월에만 두 번이나 당했다. RR도넬리 파운더스컵에서 최나연, 기아클래식에서는 유선영이 청야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선수들의 우승 길목을 번번이 가로막아온 청야니는 말 그대로 숙적이 됐다.

2일 끝난 미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 3라운드까지 한국선수들 앞에는 청야니가 있었다. 공동선두인 청야니 뒤로 톱10에 무려 7명의 한국선수가 이름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역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예상을 깨뜨린 건 무명 유선영(26·정관장)이다. 그는 소리 없이 강했다.

청야니가 무너진 데는 메이저 대회라는 중압감도 있었지만 한국 선수들의 끈질긴 추격에 멘탈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청야니의 멘탈 붕괴는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8번홀(파3). 이전까지 2타를 잃고 있던 청야니의 티샷이 또 흔들렸다. 그린을 넘어 떨어졌다. 어프로치 샷으로 홀 1.5m 부근에 붙였지만 파 퍼트를 놓쳤다. 위기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모습이었다.

9번홀(파5)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세번째 샷을 홀 2∼3m 부근에 떨어뜨려 버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청야니의 버디 퍼트는 또 다시 홀을 빗나갔다. 청야니의 이런 모습은 올 들어 처음이다.

한국선수들은 강했다. 청야니가 앞서 있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추격전을 펼친 끝에 우승으로 이끌어냈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청야니 징크스에서 벗어나게 됐다. 6번째 메이저 정상을 노리던 청야니에게는 큰 상처로 남았다.

○청야니 위협할 태극낭자 즐비

유선영의 우승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자신의 첫 메이저 우승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청야니에게 최나연, 신지애 말고도 꺾어야 할 한국선수가 많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 대부분은 중·고교 시절 국내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다. 그 중 절반 가까이는 국가대표를 지냈거나 상비군으로 뽑혔던 유망주들이다. 이름값에선 최나연, 신지애에 뒤지지만 어느 누구도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유선영은 고교 시절 3년 동안이나 국가대표를 지냈다. 2010년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에선 신지애와 청야니를 모두 꺾고 우승했던 경험도 있다.

연장 끝에 우승을 놓쳤지만 김인경도 위협적이다. 김인경은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언더파 성적을 유지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게 그의 장점이다.

이밖에도 공동 4위에 오른 양희영과 서희경, 공동 11위를 차지한 지은희, 공동 15위로 내려앉았지만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던 강혜지까지 모두가 강적이다. 청야니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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