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단독 인터뷰] 셰인 빅토리노가 말하는 박찬호와의 추억

입력 2012-05-10 14: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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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주전 중견수 셰인 빅토리노. 그는 하와이 출신이다. 애리조나 | 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동아닷컴]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외야수 셰인 빅토리노(31)는 보기 드문 하와이 출신 선수다. 그래서 별명도 ‘플라잉 하와이언’이다.

빅토리노는 공격, 수비, 주루 능력 모두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며 밝은 표정과 성실함까지 갖춰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빅토리노는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맞붙은 2008년 내셔널리그 디비젼시리즈 2차전에서는 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서바씨아(현 양키스)를 상대로 통쾌한 만루홈런을 뽑아내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빅토리노는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쳐 필라델피아가 2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세웠다.

동아닷컴 취재진은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고 있는 빅토리노를 만나 장시간 인터뷰를 가졌다.

빅토리노는 박찬호가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공수에서 도움을 준 동료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그의 야구인생과 박찬호와의 에피소드 등을 공개한다.


<다음은 빅토리노와의 일문일답>

-당신 성(빅토리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 그렇다. 내 성은 원래 빅토리니(Victorine)였고 이는 포르투갈 성인데 나의 고조할아버지께서 전쟁에 참전하셨을 당시 군무원이 서류에 마지막 스펠링 e를 o로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그때부터 본의 아니게 빅토리노가 됐다.


-시즌 초반인데 홈런(5개)과 도루(9개) 기록이 좋다.
: 열심히 하다 보니 나온 기록이다. 몸 상태도 최상인 만큼 열심히 해서 더 좋은 기록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 경기 집중력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코칭스태프에게 배운 것을 바탕으로 매 경기마다 팀원들과 합심해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특별한 기록이나 목표는 없나.
: 물론, 3할을 기록해 각종 공격순위에 오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수치상의 목표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선을 다해 매 경기 집중하는 것이 목표다.


-도루를 잘 하는 편이다. 그런데 2007년 이후 매년 도루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한 시즌 최고 도루가 37개다. 당연히 그 기록을 넘고 싶다. 하지만 기록에 연연하다 보면 오히려 경기리듬이 깨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멀리 보지 않고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며 경기를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빅토리노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수비력이 뛰어난 외야수 중 한 명이다. 애리조나 | 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위치 타자 중 한 명이다. 어느 타석이 더 편한가.
: 오른쪽 타석이 더 편하다. 22살 때 스위치 타자로 전향했는데 어렸을 적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오른손 타자였기 때문에 우타석이 더 편한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 데뷔(2003년)한 이래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며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다.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 특별한 비결은 없다.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열정과 매 게임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당신의 고향인 하와이주에서 육상(단거리) 챔피언이었고 들었다. 육상을 했던 경험이 야구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 물론이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근원이 되는 운동으로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도루와 외야수비에 큰 도움이 된다.


-메이저리그 선수로 뛰는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 ‘골드글러브(3회)’, 그리고 ‘올스타(2회)’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타이틀은 어느 것인가.
: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모든 야구선수들의 공통된 꿈일 것이다. 나 또한 어려서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환상과 꿈을 가지고 있었다. 훗날 내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다고 긍지를 갖고 말할 수 있는 자랑스런 추억이 생겨 더 좋다.


-하와이주 방송국에서 제작한 드라마에 배우로 참여한 적도 있다. 힘들지 않았나.

: 야구만 하다 처음 경험해본 연기라 매우 재미있게 촬영한 기억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연기를 할 생각이 있는가.
: (웃으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출연제의가 온다면 그때 가서 결정하고 지금은 야구에만 집중하겠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투수들을 상대해봤다.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투수는 누구인가.
: 워싱턴 내셔널스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꼽고 싶다. 스트라스버그가 빅리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공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의 공은 구속도 좋고 변화구도 다양해 공략하기 쉽지 않다. (웃으며) 이런 투수를 만나면 오기가 발동해 더 잘하고 싶다. 은퇴한 투수 중에는 존 스몰츠가 공략하기 힘들었다. 그의 슬라이더는 정말 환상이었다.


-당신에겐 ‘플라잉 하와이언(Flying Hawaiian)’과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라는 별명이 있다. 어느 게 더 마음에 드는가.
: 가장 대표적인 별명인 ‘플라잉 하와이언’이 마음에 든다. 이 별명은 내가 도루를 가장 많이 했던 시즌에 어느 관중이 내 고향이 하와이인 것과 접목시켜 지어준 별명인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9번째 시즌을 맞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하던 날 경기다. 어릴 적 꿈이 현실이 된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차다. 다시 한번 더 그날의 기쁨과 환희를 맛보고 싶다.


-지난 2008년 NLDS 게임 2차전에서 서바씨아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뽑아냈다. 당신의 첫 만루홈런이었는데 그때 기분이 어땠나.
: 절대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었다. 서바씨아는 지금도 훌륭한 투수이지만 당시에는 더 잘 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을 절대 칠 수 없는 공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런 투수에게 만루홈런을 뽑아냈고, 중요한 순간에 나온 홈런이어서 기분이 더 좋았다.

팬들에게 싸인볼을 건네주고 있는 셰인 빅토리노. 애리조나 | 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당신도 추신수처럼 양쪽 귀를 다 가리는 헬멧을 사용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특별한 이유는 없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무조건 양쪽 귀를 다 가리는 헬멧을 착용한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을 때 모두 다 한쪽 귀만 가리는 헬멧을 쓰는 걸 보고 그게 메이저리그 규칙인줄 알았다. 알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그래서 마이너리그 때부터 착용해 몸에 익숙한 양쪽 귀를 다 가리는 헬멧을 쭉 사용하고 있다. 내가 스위치 타자이다 보니 헬멧을 바꿔 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도 있다.


-메이저리거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 원정경기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 늘 함께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 하지만 내가 열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야구)을 하려면 그 정도 어려움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해 화상채팅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셈이다.


-당신의 옛 팀 동료였던 박찬호가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했다.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00승 이상을 기록한 훌륭한 투수다. 어디서 야구를 하든 부상 없이 건강하게 잘 던졌으면 좋겠다.


-박찬호와의 특별한 추억이 있나.
: 박찬호는 필리스 소속이었을 당시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 한국음식을 가져와 팀 동료들에게 나눠줄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내 외숙모가 한국인이어서 지금도 시즌이 끝나면 하와이에 가서 김치나 잡채 등 다양한 한국음식을 먹는다. 가끔 박찬호가 가져다 준 한국음식이 그립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박찬호를 만나고 싶다.


-당신의 또 다른 옛 팀 동료 제이미 모이어가 현역으로 빅리그에 복귀했다.

: 대단한 일이다. 모이어가 2010년도에 수술했을 때 내가 주최한 자선모금 골프대회에 참가한적이 있다. 그때 모이어에게 그만 은퇴하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모이어는 아직도 야구를 사랑하며 더 던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더라. 당시 그의 눈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었고 모이어라면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결국 그는 해냈다. 모이어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부상 없이 계속 새로운 기록록을 써나갔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 야구가 없다면 ‘셰인 빅토리노’가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할 만큼 내 삶의 모든 것이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 한국에도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니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내 몸에 한국인의 피는 흐르지 않지만 나는 포르투갈, 하와이, 일본, 중국계 미국인이어서 아시아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아시아 문화를 사랑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에 와서 함께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애리조나 | 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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