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김진욱 감독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1번타자다.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이종욱에 대해선 “1번타자의 역할을 잊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이 특히 아쉬운 선수는 정수빈(사진)이다. 4월 한 달 16경기에서 무려 0.347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5월 26경기에선 타율 0.213으로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기습번트 등 공격의 다양한 옵션이 사라졌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6일 잠실 SK전을 앞둔 김 감독은 취재진 앞에 정수빈을 불러 세워 공개재판(?)을 실시했다. 정수빈은 솔직하게 최근의 심정을 토로했다. “요즘 같아서는 투수가 저를 맞혀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나가야 뛰든지 할 텐데 아예 나가지를 못하니…. 기습번트도 이제는 내야수들이 다 대비를 해서 잘 못하겠어요. 저도 제가 한심해요.”
김 감독은 풀이 죽은 정수빈에게 색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수빈아, 너는 지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기습번트를 대고 한번 3루쪽으로 뛰어봐. 상대가 얼마나 놀라겠냐.” 순간 덕 아웃은 폭소바다가 됐다. 정수빈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리에 맞지 않는 주문이었지만, 그만큼 현재 정수빈에게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번트 동작을 취하면, 배트와 타자의 눈이 가까워진다. 그래서 번트를 대지 않더라도 다음 번 타격 때 도움이 된다. 반드시 공을 쳐서 나갈 필요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정수빈의 어깨를 두드렸다. 감독의 주문처럼 정수빈은 1회말 첫 타석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비록 SK 3루수 최정의 호수비에 걸려 아웃됐지만, 1루에 슬라이딩하며 모래바람을 휘날리는 투혼은 다시 꿈틀거렸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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