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정근우, 쾅쾅! 다시 뛰는 비룡의 심장 “GG 되찾고 WBC우승컵 쏜다”

입력 2012-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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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잠시 주춤했던 SK 정근우의 방망이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역시 정근우의 야구는 신나야 제 맛이다. 스포츠동아DB

10일 삼성전서 투런포+만루포
특타 등 훈련 늘려 이제 감 잡아
올시즌 혼전 무조건 SK가 유리

난 지는 게 싫은 ‘악바리’ 2루수
내년 WBC? 기적을 만들겠다!


SK 정근우는 팀의 심장과 같은 선수다. 그가 움직이면 팀이 살아나고, 그가 주춤하면 팀도 가라앉는다. 10일 문학 삼성전에서 그는 2점홈런과 만루홈런을 연거푸 터뜨렸다. 한 경기 개인최다 6타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1위와 7위의 격차가 3경기 안팎에서 움직이는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근우는 혼전일수록 SK에 유리하다고 했다. 지난해 그는 목표로 삼았던 ‘5년 연속 3할’에 실패했다. 옆구리 부상으로 장기간 출전을 못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사상 최초의 대기록을 팀 동료들과 함께 달성했다. 올해 그의 목표는 ‘골든글러브’다. 2009년 2번째 수상 이후 지난 2년은 조성환(롯데)과 안치홍(KIA)에게 밀렸다. 올해는 골든글러브를 꼭 차지하겠다는 게 ‘악바리’ 정근우의 각오다.


○한경기 2홈런! 이제 감 잡았습니다!

-지난 10일 삼성전에서 홈런을 2개나 쳤다.


“제가 홈런 치는 타자는 아닌데 큰 안타 2개가 나왔어요. 특히 만루홈런은 완벽하게 제 스윙을 한 상태에서 나와 기분이 좋아요.”


-아직 2할대다. 정근우의 타율은 아닌 것 같은데.

“개막전에서 4안타를 쳐서 그런가 봐요.(웃음) 4월 중순부터 햄스트링 통증 때문에 힘들었어요. 아픈데 경기는 해야 하고, 타율은 떨어지고, 죽겠더라고요.”


-시즌 초반 출발이 나쁘면 힘들지 않나?

“그럼요. 정말 힘들죠. 정신력으로 버텨야 해요. 타율 떨어지는 건 순식간인데 그걸 끌어올리려면 정말 힘들죠. 저는 2할7푼에서만 버티자고 생각했죠. 2할7푼이면 충분히 3할대로 치고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지난해는 옆구리 통증으로 고생했고, 올해는 햄스트링 때문에 힘들었다. 자꾸 부상이 온다.

“몸이 좀 피로했나 봐요. 2006년부터 한 6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했으니까요. 정규리그 마치고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 그리고 아시안게임, 올림픽, WBC도 나갔고요. 상대적으로 짧은 휴식에 많은 훈련도 했죠. 생각해보면 고장 나지 않는 게 이상한 것 같아요.”


-이제 몸은 좋아진 건가?

“네. 괜찮아요. 몸이 좋아지면서 최근에 훈련량을 늘렸어요. 저는 안 좋으면 더 많이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야구장에 가장 먼저 나가서 특타 하고 했더니 좀 감이 오네요. 안 아프니까 제대로 한번 해봐야죠.”


○혼전이면 SK가 유리하죠!

-올해는 순위가 진짜 혼전이다. 어떤가?


“재밌어요. 한 경기 한 경기가 재미있고, 더 집중하게 돼요.”


-사실 SK의 전력도 베스트는 아닌 상태다.

“예전에는 롯데다, KIA다, 어느 팀이든 만나면 ‘3연전에서 몇 승 하겠구나’ 느낌이 왔어요. 선발로테이션 보면 답이 나왔죠. 그런데 올해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다른가?

“예전에는 우리가 초반에 전속력으로 치고 나갔는데, 이젠 쉽게 이길 팀이 없어요. 계산도 잘 안서고. 김광현, 송은범이 정상적으로 던져주지 못하니까 우리 팀도 불안한 면이 있죠.”


-그런데도 SK는 1위다.

“자신감이죠. 항상 우리가 해왔던 야구니까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또 우리가 1위를 하고 있으니까. 게임차가 적긴 하지만 SK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있어요.”


○올해는 골든글러브가 목표!


-지난해는 많이 아쉬웠다. 부상공백이 컸어.

“솔직히 ‘5년 연속 3할’을 놓친 건 아쉬워요. 하지만 가장 큰 목표는 이뤘죠. 선수들끼리 해태도 못한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이것 하나만은 꼭 해내자고 했어요. 준플레이오프부터 최대한 집중해서 했죠. KIA 이기고, 롯데 이기고, …. 제가 그 팀의 일원이었던 게 정말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했어요.”


-야구 하면서 가장 좋았던 때는 언제였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딸 때죠.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올림픽 때 정근우 정말 잘했지. 캐나다전 결승 홈런 친 것 기억난다.

“저는 첫 경기 미국전에서 9회 대타로 나가 2루타 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말 어떻게든 살아나가겠다는 간절한 마음이었어요. 제가 야구를 하면서 가장 간절했던 몇 타석 중의 하나였을 거예요.”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골든글러브를 받는 겁니다.”


-다른 목표도 많을 것 같은데.

“지난해 ‘5년 연속 한국시리즈’라는 대기록을 세웠잖아요. 올해는 골든글러브를 다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06년하고 2009년에 받았거든요. 3년 주기니까 올해는 기대해봐야죠.”


-박정태 코치의 2루수 부문 최다수상을 넘고 싶다고 했잖아?

“박 코치님이 5번 받았고, 그게 2루수 최다수상이예요. 저는 6번은 받고 싶어요.”


-박정태 코치와 정근우는 많이 닮았다.

“‘악바리’죠. 선배님도 그렇지만 저도 지는 걸 싫어합니다. 야구하기 전에 축구를 많이 했는데 항상 악착같이 해서 이겼죠. ‘1등 아니면 안 된다.’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았어요. 요즘도 경기에 지면 다음날은 어떻게든 이기려고 눈에 불을 켜게 돼요.”


○FA가 되는 내년을 최고의 해로 만들겠다!

-내년에는 FA가 된다.


“남들처럼 저에게도 FA가 찾아오네요. 가끔 그런 생각은 했어요. FA가 되는 해에 ‘최고의 정근우’를 보여주자.”


-정근우는 항상 최고잖아?

“김성근 감독님께서 ‘도전하지 않는 선수는 퇴보한다’고 하셨어요. 현실에 만족하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는 거죠. 가끔은 현 위치에 만족하는 저를 볼 때도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정근우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선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근우가 생각하는 정근우는 어떤 선수인가?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선수죠. 작은 플레이 하나도 대충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같이 체격이 작은 선수들은 승부욕이 없으면 프로에서 버틸 수 없어요.”


-앞으로 가장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우승도 많이 했고, 올림픽 금메달도 따고….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좋다.

“올림픽 나갔을 때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근데 금메달을 땄어요. WBC도 1회 대회 4강, 2회 준우승, 모두 기대를 뛰어넘은 성적이죠. 또 한번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대한민국 대표팀이 뭉치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아요.”


-올해 SK와 정근우의 성적을 예상해본다면?

“SK는 또 한국시리즈에 나갈 겁니다. 특별히 강한 팀이 없잖아요. 우리는 용병 부시가 새로 왔고, 앞으로 (김)광현이와 (송)은범이가 컨디션 살아나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테고요. 저는 3할2푼쯤 치고 있겠죠.”


-훗날 팬들에게 어떻게 불리고 싶은가?

“물론 최고 2루수죠. 2루수 하면 정근우가 떠오를 정도로요. 저 이제 서른한 살입니다. 야구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된 거죠. 지금까지의 정근우보다 더 잘하는 2루수가 되도록 계속 도전할 겁니다.”


정근우는?

▲생년월일=1982년 10월 2일
▲키·몸무게=172cm·75kg(우투우타)
▲출신교=성북초∼동성중∼부산고∼고려대
▲프로 입단=2005년 신인드래프트 SK 2차 1번(전체 7순위) 지명·입단
▲주요 경력=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동메달)·2008년 베이징올림픽(금메달)·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준우승)·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금메달) 출전, 2006·2009년 2루수 골든글러브 ▲2012년 연봉=3억1000만원
▲2012년 성적(12일 현재)=48경기 174타수 50안타(타율 0.287) 5홈런 22타점 24득점 7도루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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