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여기는 뉴캐슬] 막고 찌르고…‘믿을필더’ 기성용 살아야 대표팀이 산다

입력 2012-07-2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기성용.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홍명보호 키플레이어 기성용

상대 공격 끊는 든든한 수비 1차저지선
세트피스 전문키커로 프리킥 등 위력
“매력적인 선수”…홍명보 감독도 극찬
정확한 킬패스…멕시코전 히든카드로


기성용(23·셀틱)은 2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주연(박지성, 박주영 등)은 따로 있다. 나는 선배들을 빛나게 해 주는 조연이다”는 말을 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에서 궂은일을 도맡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 런던올림픽 조별리그 멕시코와 1차전(한국시간 7월26일 오후 10시30분)을 앞두고 뉴캐슬에서 훈련 중인 올림픽대표팀에서는 어떨까. 그는 24일(한국시간) 뉴캐슬대학 코크레인 파크 스포츠클럽에서 벌어진 훈련을 마친 뒤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는 조연이다. 그러나 선배보다 또래들이 더 많은 이 팀에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지션 상 기성용이 맡은 역할이 조연이라는 것이지 팀 내 비중으로 따지면 이미 키 플레이어다.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다.


○팀 내 비중은 박주영급

올림픽팀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에 대해 “그 나이 때 그 포지션에서 유럽 리그 주전으로 뛴다는 건 대단한 스펙이다. 매력적인 선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전까지 한 번도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없음에도 본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발탁한 가장 큰 이유다. 기성용은 홍 감독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그는 홍명보호의 1차 저지선이다. 최종 수비수와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 상대 공격수를 가둬야 한다. 수비에서 볼을 받아 전방으로 넘겨주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기성용은 홍명보호 일원으로 첫 선발 출전한 14일 뉴질랜드와 평가전(2-1 승) 후 수비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홍 감독도 “실점 장면은 수비수보다 미드필더들의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일 세네갈과 평가전(3-0 승)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탄탄한 체격과 상대 맥을 끊는 영리함으로 무실점 수비에 일등 공신이 됐다.

한국의 1차전 상대 멕시코에는 발이 빠르고 재간 넘치는 공격수가 많다. 문전 앞까지 볼이 오지 못하도록 미드필드에서 최대한 막아줘야 한다. 기성용은 최전방 박주영(아스널)이나 골키퍼 정성룡(수원) 못지않은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한 방을 갖춘 매서운 공격력도 기성용을 돋보이게 한다. 그는 강한 중거리포로 종종 상대 골문을 연다. 예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시절 ‘기 택배’라 불릴 정도로 정확한 패스 능력을 자랑했는데 이 역시 일품이다. 세트피스 능력도 탁월하다. 특히 가까운 거리보다 먼 거리에서 올리는 크로스가 정확하다. 셀틱(스코틀랜드)과 A대표팀에서 코너킥과 먼 거리 프리킥을 도맡았던 그는 올림픽팀에서도 전문 키커다. 홍 감독은 23일 훈련에서 세트피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기성용의 킥을 집중 점검했다. 기성용은 “세트피스는 쉽게 득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멕시코 선수들의 신장이 크지 않다고 하니 잘 활용하면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외신 인터뷰 1순위

기성용은 국내 뿐 아니라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섭외 대상 1순위다. 한국 훈련이 끝난 뒤 외신기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선수가 기성용이다. 24일 훈련 뒤에도 외신 카메라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각오를 밝혔다. 올림픽조직위원회 공식 리포터도 이날 기성용과 인터뷰를 간절히 원했다. 축구협회가 허락하지 않자 그 리포터는 국내 취재진에게 읍소해 기성용의 코멘트를 받아갔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