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꼬마가 텀블링…장례식장 깜짝”

입력 2012-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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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말하는 ‘내아들 김재범’

초등시절 왜소한 체격 걱정돼 유도 시켜
남다른 승부근성…지고나면 밤잠 못이뤄


김재범(27·한국마사회)이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김천시청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김기용(60) 씨와 어머니 김관희(56) 씨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버지는 “(김)재범이가 태어난 뒤 27년의 세월이 죽 스쳐지나간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재범이도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일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호랑이 기운 받고 태어난 텀블링 꼬마

어머니 뱃속에 있던 김재범이 세상의 빛을 보기 직전이었다. 아버지의 꿈속에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호랑이는 아버지의 뒤만 졸졸 따라왔다. 얼마 뒤 호랑이처럼 우렁찬 울음소리의 아들이 태어났다. 27년 뒤 호랑이의 기운은 런던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김)재범이가 몸을 쓰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아들이 5세 때의 일이다. 어느 장례식장이었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들은 지루했는지, 연신 텀블링을 했다. 꼬마가 공중제비를 돌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 때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한번 운동을 시켜보면 어떨까 하고요.”

부모는 막내아들의 왜소한 체격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네 몸 하나는 잘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들을 유도장으로 데려갔다. 그것이 금메달 여정의 출발점이었다. 아들의 근성은 놀라웠다. 패하는 날이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때 아버지는 예감했다. 뭐가 돼도 될 것 같다고.


○어머니의 눈물…런던에서 금빛이 되다!

2008베이징올림픽 때도 장염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온 몸이 만신창이였다. ‘건강하게만 돌아와다오.’ 런던으로 떠나는 아들을 배웅한 어머니는 인천공항에서 구미까지 돌아오는 동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이륙직전의 아들이 전화를 걸었다. “엄마, 왜 그래요? 혹시 울어요? 걱정 마세요. 잘 하고 올게요.” 눈물을 잠시 감췄던 어머니는 전화를 끊은 뒤 더 구슬프게 울었다. “여보, 우리 메달 색깔은 신경 쓰지 맙시다. 저 몸으로 올림픽에 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장한 일이야.” 아버지는 그렇게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던 김재범은 매트 위에서 감격의 울음을 터트렸다. 이어 “이제 부모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보약 한 첩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는데,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런던|전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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