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승부포기 시인 ‘이건 아니잖아’

입력 2012-09-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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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가 14일 이른바 ‘승부포기’로 스포츠정신을 훼손한 LG 김기태 감독(사진)에게 역대 최고 금액인 500만원의 벌금과 엄중경고 처분을 내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한 결과다. 스포츠동아DB

2009년 김성근, 자폭야구 반박 징계 못해
KBO, 김기태 승부포기 발언에 입장 선회
“승부엔 최선” 타감독에겐 경고 메시지


LG 김기태 감독의 ‘승부포기’ 사건이 터진지 이틀 후인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스포츠정신 훼손’을 문제 삼아 김 감독에게 야구규약 168조에 의거한 제재를 가했다. 벌금 500만원에 엄중경고. LG 구단에도 엄중경고가 내려졌다. ‘총재는 야구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규약에 명문상 정한 바가 없더라도 제재나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약 168조의 문구 그대로 총재 직권에 따른 징계다. KBO 관계자는 “500만 원은 여태까지 KBO가 내린 벌금 중 최고액에 해당한다. 그만큼 상벌위가 사태를 중하게 여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KBO는 12일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주시하다가 13일 김 감독이 ‘승부포기’를 사실상 시인하는 공개 발언을 하자 징계로 방향을 잡았다. KBO 징계에 대해 LG 구단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야구계에선 구본능 KBO 총재가 사태에 격노했고, 이에 LG 구단이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사후대처의 차이

사실 ‘자폭야구’는 LG 김기태 감독이 처음이 아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6월 25일 광주 SK-KIA전에서 불거진 ‘6·25 시프트’가 있다. 당시 SK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연장 12회초 2사 후 대타로 투수 김광현을 기용하더니 12회말 3루수 최정을 마운드로 올렸다. 투수 윤길현은 1루수로 들어갔다. 무사 2·3루까지 몰리자 2∼3루 사이에 유격수와 3루수 외에 2루수를 집어넣었다. 1∼2루 간은 텅 비고 말았다. 패스트볼로 6-5, KIA의 승리로 끝났지만 ‘고의패배’ 의혹을 샀다. 당시 ‘무승부=패배’ 규정에 대한 항의 표시가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비하면 12일 SK전 9회말 2사 2루서 투수를 대타로 내세운 김기태 감독의 ‘승부포기’는 투박하고, 충동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는 ‘사후대처’에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일관되게 ‘고의패배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최선’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러다보니 KBO도 징계를 줄 근거가 없었다. 반면 김기태 감독은 사건 하루 뒤인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왜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호소했다. 정서적 접근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승부포기’를 시인한 꼴이 돼버렸다. KBO도 “이 회견이 나온 순간 좌시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이밍도 오비이락

KBO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초에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는데…”라고 지적했다.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하여’란 징계사유 속에 KBO의 시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또 다른 인사는 “다른 감독들에게도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밝혔다.

하필이면 12일 광주에서 롯데가 9회초 2사 후 KIA에 역전승을 거둔 것도 LG에는 악재였다. 13일 프로야구 경기가 대거 우천 순연되면서 관심이 LG에 쏠린 것도 불운이었다. 특히 김기태 감독의 13일 입장표명 강행은 결과적으로 사태를 키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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