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어제 하루는 전화기를 꺼놓고 쉬었습니다.”
넥센 히어로즈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시진(54) 감독은 18일 전화통화에서 목소리가 차분했다.
전날 갑작스레 경질을 통보받은 뒤 받은 충격에서 벗어난 듯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좀 더 좋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적을 못 내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선수들이 동요하지 말고 팬들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한테도 보답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허허. 어제(17일) 하루는 전화기를 꺼놓고 쉬었다.”
-경질은 언제 통보 받았나.
“구단에서 오후 2시반쯤에 조선호텔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그 순간 대충 무슨 일인지는 느낌이 왔다.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성적에 따라 경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시즌 중반까지 성적이 좋았는데 7월~8월로 넘어가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8월부터 우회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4강 못 가면 잔류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얘기를…. 구단에서는 총력전을 해야 할 시기인데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는 모습을 보고 탐탁찮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총력전을 펼칠 수도 있었지 않았나.
“전반기에 1위도 하고, 3위로 끝마쳤지만 우리 선수들은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이 많지 않아 분명히 7~8월에는 고비가 올 거라 생각했다. 전력을 짜내야할 시기였지만 이택근 등 부상선수들도 겹쳤다. 사실 난 내년 시즌을 생각하고 있었다. 강윤구나 김영민 등 젊은 투수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강팀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이들을 기용했다. 그래서 올해 18번, 20번 기회를 줬던 거다. 올해 생각만 하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젊은 애들이 지면 이기기 위해 달려 들는 습관이 생겨야한다. 반타작 승부는 할 줄 알았는데 결국 이들의 기량이 아직 올라오지 못했다. 구단하고 현장하고 생각의 차이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이장석 대표와 트러블은 없었나. 야구관이나 시즌 운영 등에 관한 충돌이라든지.
“트러블은 없었다. 결국은 성적을 못 내서 이렇게 된 거다. 이 대표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경질을 통보 받을 때 이 대표가 무슨 말을 했나.
“이 대표가 계속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하더라. 전반기를 3위로 마쳐서 외부에서도 성적을 내야한다는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대표로서도 (해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이 대표에게는 무슨 말을 했나.
“나도 ‘감독으로서 좋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적을 못 내 미안하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 미안하다고 했다.(웃음) 넥센이 더 단단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이 커 줘야한다고 말씀드렸다. 이 대표도 동감하더라. 결국은 성적 때문이 이런 일도 발생했다. 구단 입장도 있는 것 아니겠나. 정말 이 대표하고 감정은 없다.”
-갑작스럽게 수장의 경질 소식을 전해들은 선수단도 깜짝 놀라고 있다.
“선수들과 코치들이 남은 기간 잘 마무리해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팬들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에게 보답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행이라도 다녀와 머리를 식혀야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행은 무슨…. 그냥 당분간 집에서 쉴 거다.(웃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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