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ML서 점점 사라져가는 스위치히터

입력 2014-05-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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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퍼 존스의 현역 시절. 동아닷컴DB

ML 로스터에 2010년 99명서 올해 64명으로
‘고교생 톱 100’ 중에도 단 2명…기근 심각
코치들 성적 압박에 스위치히터 발굴 등한시

대부분 오른손잡이…왼손잡이는 JT 스노 유일
마이너 투수 펫 벤디트는 스위치피처로 화제


감독이 스타팅 라인업을 정할 때 상대 투수가 우완투수일 경우 좌타자를 대거 포진시키고, 반대로 좌완투수가 선발일 경우에는 우타자로 채우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기량이 뛰어난 스위치히터는 상대 투수에 관계없이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마련이다.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스위치히터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스위치히터가 메이저리그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10년만 해도 30개 구단에서 활약한 스위치히터는 99명이나 됐다. 각 구단별로 약 3명씩을 보유한 셈. 특히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미네소타 트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메츠, LA 에인절스 등은 6명 이상의 스위치히터로 로스터를 꾸렸을 정도였다.

2012년에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스위치히터가 75명으로 줄어들어 그 비중이 10%로 떨어졌다. 올 시즌에는 64명에 불과해 8.5%까지 낮아졌다. 그 중 6명은 투수이기 때문에 야수만 따질 경우 스위치히터는 58명에 불과하다.

가장 스위치히터가 많은 팀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워싱턴 내셔널스로 5명을 보유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양키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이 4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콜로라도 로키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에는 스위치히터가 전무하다.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는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만이 유일한 스위치히터로 사실상 없는 셈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는 선발투수인 타일러 라이언스와 구원투수인 팻 니쉑 2명만이 스위치히터다.

이처럼 스위치히터가 줄어드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발표한 2014년 ‘고등학생 톱 100’ 명단에는 스위치히터가 단 2명뿐이다. 대학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1부 리그에 속한 선수들 중 스위치히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에 불과하다.

대부분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들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곱절의 노력이 필요한 스위치히터 발굴을 등한시하고 있다. 타격 훈련을 할 때 스위치히터는 한쪽 타석에서 절반밖에 스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양쪽 타석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쌓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프로에 들어온 후에 뒤늦게 스위치히터로의 전향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 성공 확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스위치히터는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다. 우완 투수를 상대로 왼쪽 타석에 서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스위치히터로 변신하는 것이다. 반면 왼손잡이로 스위치히터가 된 경우는 2008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은퇴한 JT 스노가 유일하다. 하지만 왼쪽 타석과 오른쪽 타석의 편차가 매우 심했던 스노는 은퇴 직전 스위치히터를 포기하고 왼쪽 타석에만 들어서 경기를 치렀다.

한편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더블A 트렌턴 선더)서 뛰고 있는 팻 벤디트는 양손으로 모두 공을 던지는 ‘스위치피처’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상대 타자에 따라 특수 제작된 글러브를 바꿔 끼며 오른손 또는 왼손으로 공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위치피처와 스위치히터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벤디트가 마이너리그에서 스위치히터인 랠프 헨리케스를 상대할 때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두 선수의 신경전이 이어지며 헨리케스가 왼쪽과 오른쪽 타석을 계속 왔다갔다해 시간이 끊임없이 지체된 것. 이 사건을 계기로 스위치히터와 스위치피처가 만날 경우 먼저 투수가 어느 손으로 공을 던질지 결정한 후 타자가 어느 쪽에서 타격을 할 것인지 정하도록 규정이 바뀌어 졌다. 하지만 초구를 던진 이후에는 투수나 타자 모두 1번씩 던지는 손이나 타석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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