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 리비어.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지난달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의 경기.
이날 다저스 선발로 나선 류현진(27·다저스)은 6이닝 9피안타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아쉽게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특히 류현진이 내준 2점 모두 그의 ‘천적’인 벤 리비어(25)를 막지 못해 허용한 점수여서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리비어는 올 해도 계속 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류현진을 상대로 한 리비어의 통산 타율은 무려 0.857(7타수 6안타). 류현진의 천적으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미국 조지아 주(州) 출신인 리비어는 고교시절부터 빠른 발을 이용해 공수 양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다수의 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선수였다.
그 결과 리비어는 200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8번)에서 미네소타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고 이후 단 3년 만인 2010년 9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326 5홈런 158타점 160도루.
리비어는 2012년 시즌이 끝난 뒤 리드오프를 원하는 필라델피아의 요구에 따라 1:2 트레이드를 통해 필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당시 그의 트레이드를 직접 성사시킨 필라델피아 단장 루번 아마로는 “리비어는 리드오프는 물론 9번 타순에 배치해도 좋을 만큼 활용도가 높은 것은 물로 수비력 또한 최고”라며 “리비아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는 우리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리비어는 2013년 7월 자신의 파울타구에 맞아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 됐다. 당시 그의 성적은 타율 0.305 17득점 22도루.
올 시즌 부상을 털고 필드에 복귀한 리비어는 6일 현재 타율 0.283 14득점 5타점 10도루를 기록 중이다. 파워가 부족해 아직 빅리그 홈런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센스와 수비력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항상 긍정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그의 성격 때문에 팀 동료는 물론 구단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 언론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리비아를 만나 인터뷰했다. 류현진과의 맞대결 등 야구와 관련된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벤 리비어. 동아닷컴DB
다음은 리비아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웃으며) 좋다. 지난해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시즌 후반기를 뛰지 못했다. 팀에서 관리를 잘해줘 올 시즌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었지만 이따금 부상에 대한 악몽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팀이 나를 필요로 해서 트레이드 한 만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성적은 물론 몸 관리도 잘 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시즌 전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시즌 초이긴 하지만 타율이 좋다. (인터뷰 당시 그의 타율은 0.326)
“그렇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4월 달에는 타율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느 장소에서든지 그리고 상대투수가 누구이던지 간에 항상 배우고 연습한대로 내 스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지난해 부상으로 장시간 필드를 떠나 있었다. 처음 겪어본 일이기에 부상에서 복귀한 올 해는 더욱 더 과거의 내 스윙을 찾고 팀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웃으며) 타율과 성적은 시즌이 끝난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우리 팀 필라델피아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웃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정말 갖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우선이고 작년에는 발목 부상으로 팀 전력에 도움이 못됐기 때문에 올 해는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프로진출 후 단 3년 만에 빅리그에 데뷔했다. 비결이 있다면?
“과거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다. 당시 부모님과 주위 분들이 상위지명을 받았다고 교만하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셨다. 아울러, 내 목적지는 프로의 지명을 받는 게 아니라 빅리그 선수가 되는 것이라는 것도 자주 일깨워 주셨다. 나 역시 야구를 시작하고 빅리그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에 프로에 입단한 후에도 과거 아마추어시절 때처럼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이런 것들이 모여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해준 것 같다. 특히 마이너리그는 여러 환경이 메이저리그에 비해 많이 나쁘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역경과 싸워야 하고 언제든지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휴식이나 공부 등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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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당신의 롤모델은 누구였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는 켄 그리피 주니어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성장한 후에는 특히 프로에 와서는 후안 피에르(37. FA)를 롤모델로 삼았다. 특히 내 주위 사람들이 ‘너는 파워가 없으니 홈런 칠 생각은 말고 피에르처럼 빠른 발을 공격과 수비에 접목시켜 특기화 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롱런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조언해 줬다. (웃으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며 그러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애틀랜타 조지아 주(州) 출신으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팀은?
“가장 좋아했던 팀은 (주위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추더니) 당연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였다. 하하.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다 야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성장기에는 애틀랜타는 물론 다른 팀들의 경기도 많이 보면서 자랐다. 특히 어린 시절 야구를 막 시작했을 때는 단 하루도 TV 중계를 통해 야구를 보지 않은 날이 없었을 정도였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 때 지명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신체조건(177cm / 75kg)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빅리그에 가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신체조건이 아니라 야구에 대한 열정과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프로에 지명도 받았고 결국 빅리그 선수가 됐다. 아울러 빅리그에 데뷔했을 때의 감동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부모님께서 내 경기를 보시면서 눈물을 흘리셨을 정도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 본인에게 가장 까다로운 이는 누구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잠시 생각하더니)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웃으며) 하지만 아직 커쇼를 상대해보진 않았다. 조만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외에는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과 C. 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가 상대하기 어렵다. 특히 사바시아는 좌완투수인데다 변화구는 물론 직구도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이름이 뭐더라?”
-구로다 (히로키) 말인가?
“그렇다. 구로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입단한 일본인 투수(다나카 마사히로)도 매우 위력적이더라. 올 초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개인적으로 이 둘에게 특히 고전했다. 하하.”
-아시아 투수 이야기를 꺼냈으니 류현진 이야기도 해보자. 지난해부터 류현진에게 유독 강하다.
“(웃으며)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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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을 상대로 통산타율이 무려 0.857(7타수 6안타) 이다.
“와, 정말인가? 그 정도로 좋은지 몰랐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야구라는 게 그런 것 같다. 특정선수에게 유독 약할 수도 반대로 강할 수도 있다. 이런 천적관계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 보다 일종의 운인 것 같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좌타자이고 어려서부터 좌투수를 많이 상대해 본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이 유독 강했던 투수를 만나면 자신감이 더 생기지 않나?
“물론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이는 타자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투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야구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끊임없이 상대선수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웃으며) 정말이지 끝이 없는 전쟁인 것 같다. 그래서 야구가 더 어렵다. 하하.”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아시아 투수 중에선 류현진이 가장 상대하기 편하다는 뜻인가?
“그렇게 들렸나? 하하.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기록으로는 그런 것 같다.”
-시즌 중에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 중에는 경기장면을 돌려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메이저리그 홈런왕이었던 행크 아론(80)을 만나 조언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말하길 “나쁜 기억과 성적은 경기가 끝나면 모두 운동장에 놓고 가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아울러 “슬럼프에 빠지면 나쁜 생각은 다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라”는 충고도 들었다. 특히 이곳 메이저리그에는 관중과 언론 등 선수들이 상대할 주변환경이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슬럼프 때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안 좋은 것 같다. 잡생각을 버리고 매 타석, 매 투구에만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 나이(25)가 젊다. 경기가 없는 날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
“(주저 없이) 무조건 쉰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공격과 수비 모두 빠른 발을 이용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빅리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내 소중한 두 다리를 잘 돌봐줘야 한다. 하하. 아울러 쉬는 날에는 평소보다 더 좋은 음식을 챙겨 먹으며 체력관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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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외에 잘하는 운동이 있다면?
“미식축구이다. 아버지와 형 모두 미식축구 코치여서 성장기에 자연스럽게 미식축구를 접할 수 있었다. 내가 미식축구를 할 때는 와이드 리시버(wide receiver)로 뛰었다. 많이 뛰어 다녀야 하는 포지션이라 야구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 농구도 했지만 (웃으며) 보다시피 내가 단신이어서 잘하진 못했다. 하하.”
-당신도 징크스가 있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해 미신을 믿지 않는 편이다. 굳이 꼽자면 경기 전 나와 동료들이 부상 당하지 않고 즐겁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항상 기도를 한다. 그것 외에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리비아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애인 같은 존재이다. 그 만큼 야구를 열렬히 사랑한다. 특히 요즘은 야구가 세계화되는 추세이다. 그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가끔 어린이들을 위한 야구캠프에 초대받아 가면 늘 그들에게 야구를 사랑하면서 즐기라고 말해준다.”
-끝으로 빅리그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프로에 지명을 받았다고 해도 그것이 다가 아니라 또 다른 긴 여정의 시작일만큼 빅리그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하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최선을 다한다면 그들 역시 가까운 장래에 이곳(빅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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