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스포츠동아DB
결승서 日 다케히로에 4-0 완벽한 승리
올림픽·세계선수권·亞선수권·AG 석권
심권호 “안주하지 말고 올림픽 2연패를”
2012런던올림픽, 2013세계선수권, 2014아시아선수권에 이어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점령했다. 김현우(26·삼성생명)는 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급 결승에서 다케히로 가나쿠보(일본)를 4-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김현우는 레슬링 자유형대표팀 박장순(46·삼성생명) 감독, 대한레슬링협회 심권호(42) 이사에 이어 한국레슬링 역사상 3번째로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관중석에선 그의 부모가 뜨거운 응원전을 펼쳐 힘을 보탰다. 어머니 박영호(57) 씨가 독실한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위해 보신탕을 끊이다 식당까지 차렸던 일은 레슬링계에서 유명한 얘기다. 김현우는 “그랜드슬램이 영광스럽다. 하지만 언제나 1인자일순 없다. 자만하지 않겠다. 2년 뒤 올림픽까지 ‘하늘을 감동시킨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레슬링 레전드’ 박장순 감독과 심권호 이사는 후배에게 축하인사를 전하며 김현우가 자신들의 업적을 넘어서주길 바랐다.
● 심권호 이사 “이젠 올림픽 2연패로 나를 넘어라”
심 이사는 한국레슬링 사상 유일하게 올림픽 2연패(1996·2000년)를 달성한 인물이다. 그랜드슬램 2회 달성 역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김현우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제패한다면 심 이사 이후 한국레슬링 사상 2번째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둘은 체중을 불려 올림픽에 재도전하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심 이사는 “김현우가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젠 나를 넘어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은 주변의 많은 견제를 받게 된다. 상대는 더 많은 연구를 하고 나온다. 심 이사는 “이때 상대가 방패를 내민다고 위축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창을 던져야 한다. 다만 상대의 신장과 스타일에 따라 다른 경기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박장순 감독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에도 도전하길”
박 감독은 한국레슬링 사상 유일하게 올림픽 3회 연속(1988·1992·1996년) 메달을 획득했다. 전 종목을 통틀어도 사격 진종오(2004·2008·2012년), 태권도 황경선(2004·2008·2012년)밖에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이는 꾸준한 자기관리의 결과물이다. 박 감독은 “무엇보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너무 앞서가는 목표, 과욕 등은 금물”이라고 경험담을 밝혔다. 매년 개최되는 큰 대회에 하나하나 집중하다 보면, 결국 금자탑을 쌓을 것이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박 감독은 “김현우는 근력과 지구력, 기술이 모두 뛰어나다. ‘나보다 더 땀을 흘린 선수라면 메달을 가져가라’는 신조 또한 선수로서 좋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100년에 한번 나오는 선수’라는 심권호에 필적하는 업적을 남길 수도 있다. 최근에는 30대 초반까지도 선수 생활을 하기 때문에 2020도쿄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이날 그레코로만형대표팀은 66kg급 류한수(삼성생명·금메달), 85kg급 이세열(조폐공사), 130kg급 김용민(인천환경공단·이상 은메달) 등 출전자 4명 전원이 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