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김헌곤, 2년 가까이 삼성과 이별… 우승반지 끼고 입대 하고파

입력 2014-11-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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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헌곤은 한국시리즈를 마치면 상무에 입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절박하게 삼성의 우승을 위해 온몸을 불사를 각오다. 스포츠동아DB

■ 삼성 김헌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가을야구’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앞둔 4일 대구구장. 삼성 선수단이 일찌감치 필드에 나타나 몸 풀기에 한창이었지만 외야수 김헌곤(26)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백업 선수들은 ‘주전 조’보다 빨리 나와 훈련을 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 하지만 그는 선수들이 모두 훈련을 마치고 저마다 식사와 회의를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갈 즈음해서 덕아웃에 나타났다. 등에는 백팩을, 손에는 캐리어를 들고 있었다. 그는 “상무 시험을 마치고 지금 도착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김헌곤은 이날 팀의 양해를 구하고 문경 국군체육무대에서 열린 상무 실기시험을 치렀다.

합격 여부는 20일, 군 입대는 12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2년 가까이 팀을 떠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삼성 유니폼을 입을 일이 없다. 김헌곤도 마음속으로 입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삼성은 20인 보호선수를 묶어두기 위해 몇몇 주력 선수들의 군 입대를 계획했다. 김헌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한다. 늘 TV로 한국시리즈를 지켜봤는데 올 시즌 기회를 잡았다. 꼭 우승반지를 걸고 기분 좋게 입대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에게 처음 주어진 역할은 대수비와 대주자 요원. 하지만 중견수 박해민이 왼손 약지 인대를 다치면서 중책을 떠맡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김헌곤이 깜짝 스타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김헌곤도 부담은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경기를 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스타들로 즐비한 삼성에서 ‘모’나지 않고 선배들과 어우러져 뛰겠다는 작은 바람인 것이다. 그리고 첫 선발출전한 KS 3차전에서 2루타 1개와 안정적인 수비로 팀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4차전 선발출전한 뒤, 5차전은 덕아웃에서 출발했다.

그는 제주관광고-영남대를 거쳐 2011년 입단, 이전 3년 동안 28경기 출전에 그쳤다. 손목부상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해 주전 중견수 배영섭이 군에 들어갔고, 정형식 등이 부진하면서 교체요원으로 1군무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76경기 출전해 타율 0.260에 홈런을 3개나 터뜨렸다. 빠른 발을 이용해 2개의 도루를 남기기도 했다. 특히 리그에서 수준급 어깨를 자랑한다.

통보와 입대까지 약 한달. 김헌곤은 누구보다 어수선할 시기를 맞아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꿈같은 2014년, 그리고 개인 첫 우승반지의 영광을 위해.

잠실|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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