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위기의 도시민구단 ‘씀씀이가 문제’

입력 2014-12-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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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 체불에 해체 언급까지…도시민구단의 미래는?

시장·도지사 입김으로 운영되는 기형구조
승격해도 돈 걱정…형편에 맞춰 운영해야
J2리그에 비해 비중 높은 인건비도 문제
선수들도 구단 존립 책임…의식변화 필요

스산한 날씨만큼이나 K리그에도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주로 도시민구단들이 대상이다. 시즌 중 여기저기서 불거졌던 임금체불에 이어 시즌이 끝나자 성남FC와 경남FC를 둘러싸고는 구단주의 입에서 ‘해체’ 언급까지 튀어 나왔다. K리그의 한 축 도시민구단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2014시즌을 기준으로 클래식(1부리그) 12개 구단 중에선 3개, 챌린지(2부리그) 10개 구단 가운데선 7개가 도시민구단이다.


● 도시민구단의 현실은?

‘지역민 화합 도모’라는 각 도시민구단의 존립 가치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습관적으로 기형적 인사조치가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진짜 전문가들은 내쳐지곤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부르짖는 ‘축구와 정치의 분리’가 국내 도시민구단에선 딴 세상 이야기다.

구조적 한계의 영향이 크다. 한 축구인은 “(도시민구단은) 시장과 도지사가 입김을 뿜어주지 않으면 지역에서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스스로 벌어 쓸 구조도 아니다. 구단주 결재 하나를 위해 청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형편이다. (챙겨줄)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유례를 찾기 힘든 임금체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사기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올 시즌 도중 임금체불 사실이 알려진 뒤로 순위가 하락해 결국 목표했던 챌린지 4강과 PO 진출에 실패한 안양FC가 대표적 사례다.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프로의 근간 중 하나는 역시 돈이다. 물론 모든 도시민구단의 형편이 똑같지는 않다. 클래식 도시민구단들은 연간 100억∼150억원을 쓴다. 반면 챌린지 구단들의 연간 운영비는 30억∼90억원이다. 클래식 승격에 성공한 도시민구단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클래식 운영비의 하한선처럼 돼버린 100억원대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핵심이다. 시도금고의 자금과 향토기업의 후원금 등이 사실상 재원의 전부인 마당에 즉각적인 운영비 증액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래식으로 승격됐다고 해서, 챌린지로 강등됐다고 해서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게 K리그의 ‘서글픈 자화상’인데, 바로 이 지점이 도시민구단들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1부리그 클럽에 유럽처럼 엄청난 중계권료나 배당수익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입장수익이 요동을 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히 ‘형편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축구계 일각의 시각이다. 한 축구인은 “클래식이라고 꼭 100억원을 쓸 필요는 없다. 80억원을 쓸 수 있다면 거기에 맞추면 된다. 없는 살림에 쓰는 것부터 생각하는 건 무리다”고 꼬집었다.


● 절실한 선순환 구조

지출구조와 선수들의 의식 변화도 시급하다. K리그 각 구단의 평균 인건비는 전체 예산의 60∼70%에 달한다. 반면 일본 J리그, J2리그 구단들 대부분은 50% 이하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일본 구단들의 씀씀이는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난해 쇼난 벨마레는 116억원, 사간도스는 130억원, 오이타는 87억원을 썼다.

올 시즌 막판 지방 모 구단에서 일정액의 수입을 나눠주겠다고 하자, 선수단은 오히려 그만한 액수를 금융업체에서 대출받아 추가로 달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프런트가 먼저 중심을 잡아야겠지만, 선수들 또한 구단의 존립에 공동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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