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FC 성과…시진핑 중국국가주석에게 알렸다

입력 2015-07-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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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하. 스포츠동아DB

갑리그 강등후보에서 단독선두로 성장
조선족자치주정부가 축구단 소식 보고


가깝고도 먼 팀이었다. 중국 프로축구 갑(甲·2부)리그 옌볜FC는 중국 조선족 유일의 프로팀 정도로 인식됐을 뿐, 국내에서는 화젯거리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2010남아공월드컵과 2011카타르아시안컵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뒤 지난해 말 옌볜 지휘봉을 잡은 박태하(47·사진) 감독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 임대 신분으로 활약하다 최근 완전 이적한 공격수 하태균(28)이 함께 쓰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기적에 가까운 행보다.

지난 시즌 꼴찌로 을(乙·3부)리그행이 확정됐다 승격 팀의 선수단 급여 미지급 사태로 극적으로 잔류한 옌볜은 이번 시즌 개막 전만 해도 가장 유력한 강등 후보였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뜻밖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18일 옌지시인민경기장에서 열린 귀주지성과 정규리그 18라운드 홈경기에서 1골을 넣은 하태균의 활약 속에 4-2로 승리한 옌볜은 올 시즌 아직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11승7무(승점 40)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박 감독은 “마지막까지 가야 한다”며 말을 아끼지만 현지에서는 슈퍼리그(1부) 승격 가능성이 계속 거론된다. 현재 흐름이 계속되면 갑리그 1·2위에게 주어질 슈퍼리그 승격이 결코 꿈은 아니다.

이러한 중국 내 소수민족, 그것도 변두리 축구단의 놀라운 선전은 최근 시진핑(62) 중국국가주석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3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16일 지린성 옌지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옌볜 조선족자치주 관계자들로부터 여러 현안들을 보고 받았는데, 이 중 하나가 축구단 소식이었다. 최근 중국 축구가 프로무대를 중심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고 급성장하는 배경으로 시진핑 주석에 잘 보이려는 중국 재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는 소문난 ‘축구광’이다. 평생의 소원으로 “(중국의) 월드컵 개최, 월드컵 출전, 월드컵 우승”을 꼽고, 축구 발전을 국가 체육정책으로 내세웠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조선족자치주정부가 시진핑 주석의 방문 3주 전쯤 연락을 했고, 구단은 관련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긍정적인 내용이 가득 담겼다는 후문이다. 한 중국 축구인은 “꽤 오래 전부터 시진핑 주석의 옌볜 방문은 핵심 이슈였다. 작지만 알찬 축구단의 전진은 중국 중앙정부가 옌볜 지역과 조선족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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