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 자주 듣고 싶다”

입력 2016-01-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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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2015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신지애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년 전 일본에서 새로운 골프인생을 시작한 신지애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올해 상금왕을 노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명예의 전당 그리고 앞으로의 10년

트로피 받는 순간 지난 10년 스쳐지나가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기분 좋았죠

우승 순간까지 날 뛰게 만드는 심장소리
그 기분 좋은 소리, 올해 더 많이 들을 것

“긴장되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는 소리가 너무 좋다.”

‘기록제조기’ 신지애(28)에겐 수식어가 많다. 한국인 최초의 세계랭킹 1위, 한국인 최초의 미 LPGA 투어 상금왕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2015년 프로무대에서 꼬박 10년을 뛴 신지애에게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고(故) 구옥희와 박세리(39)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됐다. 스물여덟 살 신지애가 이룬 또 하나의 골프역사다. 일주일 동안 국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신지애를 만나 지난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


● 명예의 전당으로 새 역사

지난해 12월7일. 신지애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큰 박수가 터졌다. 신지애는 이날 고 구옥희, 박세리(39)에 이어 세 번째로 K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2006년 데뷔한 신지애는 기록제조기로 명성을 날렸다. KLPGA 투어에서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고, 2009년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뒤에는 한국인 첫 상금왕과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프로 10년 동안 그가 이룬 성과는 대단하다. 국내에서만 20승(아마추어 1승 제외)을 올렸고 미국에서 11승, 일본 10승, 아시안투어 1승을 기록했다. 통산 42승은 구옥희(44승)에 이어 역대 2위다.

“느낌이 달랐다. 우승하면서 수없이 많은 트로피를 받았지만 명예의 전당 트로피를 받는 순간 지난 10년이 스쳐지나갔다. ‘지금까지 잘 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내가 이 트로피를 받을만한 자격이 되나’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명예의 전당 트로피는 1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며 전 세계에서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을 높인 신지애를 위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주는 선물이었다. 신지애는 “집에 아주 잘 모셔 놨다. 우승트로피가 보관된 장식장 한 가운데에 명예의 전당 트로피가 자리 잡고 있다. 양 옆으로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의 우승트로피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반짝거린다”며 자랑했다.


● 과거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찾아


신지애는 2년 전 미 LPGA 투어를 포기하고 일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또 다른 무대에서 묵묵하게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신지애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이가 더 많아졌다.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미국을 포기하고 일본을 선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안타까워하시던 분들이 더 응원해 주신다. 오히려 엄마, 아빠와 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주셔서 더 힘이 된다. 일본은 다시 나를 찾게 해준 곳이다.”

신지애는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다. 한국인 최초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가 됐을 때 나이는 22세에 불과했다. ‘여왕’이라는 타이틀은 어린 신지애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웠다.

“한국선수 최초의 상금왕과 세계랭킹 1위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노력해서 얻은 결과다. 그러나 그만큼의 부담도 따랐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무게는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았고 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그런 압박과 부담이 내 자신을 죄어왔고 그러면서 공허함이 찾아왔다.”

1위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안감으로 변했고 결국 그는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받았다. 고통은 꽤 긴 시간 동안 계속됐다. 거의 1년 반 이상을 괴롭혔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그는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의 선택은 옳았다. 일본은 잃어버린 신지애의 꿈을 다시 찾게 하는 돌파구가 됐다.

“과거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본은 다시금 나를 찾은 곳이다. 그렇기에 지금에 만족한다. 일본에 와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고 목표를 위해 더 노력하게 됐다. 그로인해 나의 골프는 더 발전하고 있다.”

2014년부터 일본에서 뛰고 있는 신지애는 2년 동안 7승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시즌 마지막 대회(리코컵 챔피언십)를 우승으로 장식하면서 멋진 피날레에 성공했다. 일본의 골프역사를 새로 쓴 이보미와 미국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 비해 관심은 덜했지만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신지애도 확실하게 제몫을 다했다.


● “심장이 뛰는 소리가 좋다”

“1등이 되고 싶다. 아니 반드시 1등이 될 것이다.”

신지애는 올해 목표를 ‘1등(상금왕)’으로 정했다. 2년 전 일본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팬들 앞에서 밝혔던 목표이기도 하다. 세계랭킹 1위, 한국과 미국에서 4번이나 상금왕을 경험한 신지애이기에 1등이 어떤 기분인지도 잘 알고 있다.

“긴장될 때가 좋다. 떨리는 순간이지만 그 순간은 곧 원하는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우승할 때도 그렇다. 1타 차 선두로 18번홀 그린에 올라가는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는 게 느껴진다. ‘실수를 하면 안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긴장될수록 심장은 더 크게 뛴다. 그리고 그런 부담을 딛고 우승을 이뤄내면 쿵쾅거리며 뛰었던 심장소리도 꺼진다. 그 순간까지 나를 뛰게 만드는 심장소리가 너무 좋고 그런 기분을 올해는 더 많이 느끼고 싶다.”

골프선수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다가 추락의 아픔을 맛본 신지애는 한때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시련의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다시 일어선 신지애는 “스스로 골프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2년 전 팬들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골프에만 미쳐보고 싶다. 골프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가서 미친 듯이 빠져보고 싶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해는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골프에 비유한 신지애는 “18홀 중 이제 겨우 5번홀을 끝내고 그늘집에서 에너지를 보충한 것 같다”면서 “아마도 9번홀쯤 도착하면 골프선수로 은퇴하게 될 것 같다. 그런 다음 나머지 9홀은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아웃코스(1번홀)를 출발해 세상에 던져져 골프선수로 살았다면 나머지 9홀은 세상 속에 들어와 인코스(10번홀)의 삶을 살고 싶다”며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렸다.

신지애. 사진제공|KLPGA



● 신지애는?

▲1988년 4월28일생
▲2006년 KLPGA 입회
▲2006년 KLPGA 투어 5관왕(대상, 상금, 최저타수, 다승, 신인상)
▲2007년 KLPGA 투어 4관왕(대상, 상금, 최저타수, 다승)
▲2008년 KLPGA 투어 4관왕(대상, 상금, 최저타수, 다승)
▲2007년 KLPGA 투어 한 시즌 최다우승 (9승)
▲2007년 KLPGA 투어 연간 최다 우승 (10승)
▲2009년 LPGA 투어 상금왕 및 신인왕
▲2010년 한국인 처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2015년 KLPGA 투어 3호 명예의 전당 가입
▲2015년 81홀 연속 보기프리(보기없는) 경기(세계 최다·종전 80홀 안니카 소렌스탐)
▲KLPGA 투어 20승, 미 LPGA 투어 11승, JLPGA 투어 10승, 아시안투어 1승 (통산 42승)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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