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양보다 질…스프링캠프 풍토가 달라졌다

입력 2016-0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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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LG 트윈스

넥센 ‘체력은 경기때 써야’…훈련 짧고 굵게
LG 야간훈련 폐지·NC ‘3일 훈련 1일 휴식’

‘한 겨울 얼음물 입수, 헐렁해진 유니폼 바지, 피맺힌 손바닥, ….’

쌍방울, 태평양이 있던 1990년대만 해도 ‘스프링캠프’ 하면 이런 표현이 떠올랐다. 선수들은 전쟁을 앞두고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기 위해 한 겨울에 계곡의 얼음물 입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스프링캠프 풍토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넥센을 필두로 NC, 롯데, LG 등 여러 감독들이 훈련의 ‘양’ 아닌 ‘질’을 더 강조하고 있다. ‘얼마나 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 시간은 짧게…훈련 강도는 높게!

넥센은 ‘경기 때 써야 할 체력을 훈련에 다 쏟아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신조를 지닌 팀이다. 스프링캠프도 마찬가지. 매일 오전 9시30분에 훈련을 시작하지만, 오후 4시30분이면 정해진 팀 훈련이 종료된다. 보강훈련을 할 선수만 오후 6시까지 구장에 남을 뿐이다. 야간훈련도 서건창(27)을 기준으로 연차가 높은 선수들에 한해서는 자율에 맡겼다.

LG 양상문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이례적으로 “야간훈련 폐지”를 선언했다. 양 감독은 “하루 종일 훈련만 하면 선수들이 지친다. 전지훈련에서 지치면 정작 실력을 보여줘야 할 시범경기 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심지어 시즌이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체력이 순위싸움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훈련을 진행하되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NC도 기존 4일 훈련→1일 휴식에서 3일 훈련→1일 휴식으로 일정을 바꿨다. NC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파격적 행보다.

절대훈련시간이 적다고 강도가 약한 것은 아니다. 넥센 선수들은 “훈련시간은 짧은데 체감은 더 힘들어졌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고, NC도 캠프지의 4개 구장을 모두 활용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LG는 오후 2시30분 공식훈련이 끝나지만, 집중력 있는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프로의식 강조하는 분위기로 탈바꿈

일본프로야구는 2월 1일 선수단이 모이면 곧바로 연습경기를 시작한다. 메이저리그는 구단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2월 중후반에 모여 3월초부터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선수들은 팀에 합류하기 전에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몸 상태를 갖춰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한국도 이제 일본처럼 2월 1일부터 전지훈련을 시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선수들은 이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훈련하는 프로의식을 갖춰야 한다. 요즘 왜 야구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스프링캠프 풍토가 바뀔 것이다”고 전망했다. 양상문 감독도 “아무리 배팅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도 왜 하는지 목적의식 없이 한다면 말 그대로 시간 죽이기다. 이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진짜 내 것이 된다”며 “훈련은 양이 아닌 질이 좋아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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