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손주인. 스포츠동아DB
내려놓으니 길이 보인 셈이다. 5할이 넘는 타격 페이스로 ‘공포의 9번타자’로 자리 잡은 LG 내야수 손주인(33·사진)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뒤늦은 1군 콜업의 아쉬움을 날려버리고 있다.
손주인은 15일까지 13경기서 타율 0.514(37타수 19안타)를 기록 중이다. 비록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지난달 29일에야 뒤늦게 1군에 올라왔지만, 이후 매 경기 주전 2루수로 나가면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3경기 중 10경기에서 안타가 나왔고, 이중 6경기가 멀티 히트였다. 최근 5연속경기 멀티 히트인데, 14일 잠실 SK전에선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기록도 썼다.
신예 정주현(26)에게 밀렸던 15년차 베테랑의 반격이다. 그에게 무슨 변화가 있던 걸까. 비로 노게임이 선언된 15일 경기에 앞서 만난 손주인은 “기술적인 변화나 특별히 준비한 건 없다. 심리적인 변화가 큰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손주인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도 자원해서 참가할 정도로 이를 악물고 시즌을 준비했다. 2013시즌부터 LG에서 뛰면서 가을야구를 이끈 주역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연습량을 늘렸다. 원래 난 안 맞으면 무식할 정도로 많이 훈련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겨우내 연습한 게 지금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습벌레’인 그에게 2군 코칭스태프는 훈련보다는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주려고 애썼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주인도 훈련양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기 보다는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하는 등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사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다. 1군에 다시 올라온 뒤엔 편하게 플레이하고 있다. ‘연습했던 것, 노력했던 것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의 세계는 15년차에게도 매일 절박함을 느끼게 할 만큼 냉정하다. 그러나 손주인처럼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고, 편안하게 하는 게 통할 때가 있는 법이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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