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대표팀 가레스 베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웨일스 대표팀 가레스 베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잉글랜드 대신 출신지 웨일스 선택
3경기 연속골…러시아 꺾고 조 1위

영국 내에서 웨일스는 ‘축구 변방’이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와는 또 다르다. 그런 웨일스가 처음 밟은 유로 무대에서 큰일을 냈다.

웨일스는 21일(한국시간) 프랑스 툴루즈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6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6)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아론 램지(26·아스널), 닐 테일러(27·스완지시티), 가레스 베일(27·레알 마드리드)의 연속골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뒀다. 웨일스는 2승1패, 승점 6으로 B조 1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올랐다. 슬로바키아와 졸전 끝에 0-0으로 비긴 잉글랜드(1승2무·승점 5)를 조 2위로 밀어내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 이후 58년 만에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웨일스의 중심에는 베일이 있다. 베일은 3경기 연속골로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베일은 잉글랜드의 숱한 유혹을 떨쳐내고 웨일스 국기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잉글랜드대표팀을 선택했다면 자신의 가치를 더욱 드높일 수 있었지만, 그는 출신지 웨일스를 위해 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굳은 ‘신념의 사나이’다. 역시 잉글랜드 대신 웨일스를 선택했던 자신의 롤모델이자, 대표팀 선배인 라이언 긱스(4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치)의 영향도 컸다.


베일은 17세이던 2006년 처음 웨일스 국기를 가슴에 달고 A매치에 데뷔했다. 2007년 말 긱스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둘은 2년간 같이 뛰었지만, 웨일스를 메이저대회로 이끌진 못했다. 긱스의 은퇴 이후에도 마찬가지. 그리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올해 마침내 유로 무대를 밟았다. 스페인의 슈퍼클럽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돈과 명예를 거머쥐었던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조국을 위해 한풀이하듯 뛰고 있다.

비록 잉글랜드와의 2차전에선 1-2로 역전패했지만, 조별리그 최종 승자는 웨일스였다. ‘축구소국’ 웨일스를 이끌고 있는 베일은 러시아전을 마친 뒤 “내 생애 최고의 대표팀 경기”였다고 자부심을 드러낸 뒤 “다음에 꺾을 상대가 어디일지 궁금하다”며 8강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