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한화 로저스. 스포츠동아DB
■ 한화 ‘로저스 사태’ 3가지 키워드
자진 시즌아웃 선언…로저스의 경솔함
혹사 논란 빌미 준 김성근 감독
선수 감싸다 뒤통수 맞은 구단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몸값인 190만달러를 받은 에스밀 로저스(31·전 한화·사진)가 24일 웨이버 공시됐다. 에이스 역할을 하라고 재계약한 투수가 올 시즌 6경기에서 1완투승 포함 2승3패, 방어율 4.30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고 짐을 쌌다. 이유는 팔꿈치 인대 손상이다. 이번 사태는 로저스 본인은 물론 한화 김성근 감독, 구단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 ‘경솔’했던 로저스
24일 새벽 로저스가 ‘수술을 받는 것이 맞냐’는 한 팬의 SNS 대화에 “맞다”고 답했고, 이를 캡처한 사진이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져 나가는 바람에 논란이 커졌다. 구단측이 “수술을 받고 싶다”는 로저스의 요청에 고민하던 중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선수가 구단도 아닌 팬에게 이른바 ‘자진 시즌아웃’을 선언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구단측은 임의탈퇴가 아닌 웨이버 공시라는 ‘마지막 배려’를 했다. 26일 KBSN스포츠 송진우 해설위원은 “떠나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 통제불능, 혹사 논란 키웠다
로저스는 ML에서 선발로 43경기(225.2이닝)를 소화했다. 167경기(228.1이닝)는 불펜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선발로 경기당 평균 113구(총 1130개)를 던졌다. 이는 ‘혹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취재결과 지난해 로저스에게 걸린 옵션은 승수와 팀의 5강 진출이었다. 완투에 따른 옵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승이 소중했던 로저스는 어떻게든 직접 경기를 끝내길 원했다. 이닝 중간에 교체 사인이 나오면 불만을 표출한 이유다. 올해는 팔꿈치 통증 탓에 구속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지난해만큼의 위력이 나오지 않는 데도 무리한 등판이 계속됐다. ‘이상신호’는 ‘완급조절’로 포장됐다. 결국 로저스는 4일 대구 삼성전에서 2.1이닝 만에 자진 강판했다. 마지막 등판이었다. 로저스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리한 등판을 감행한 코칭스태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205일간의 동행, 최악의 결과로
로저스는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 때부터 지나친 SNS 사용으로 논란을 키웠다. ‘염색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선수단 내규에 따라 1000만원의 적지 않은 벌금을 부과 받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재활 중이던 9일 대전 KIA전에 앞서 전동 자전거를 타고 복도를 활보하는 등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다. 그러나 구단은 끝까지 로저스를 배려하다 결국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부상으로 인한 웨이버 공시라 잔여연봉도 모두 지급해야 한다. 그나마 다년계약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지난해 12월2일 계약 후 웨이버 공시까지 205일간의 동행은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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