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더스틴 니퍼트(35).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아무리 야구가 팀 스포츠라 해도 끌어주는 선수는 있어야 한다.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35)가 그런 존재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7일 사직에서 니퍼트의 9일 잠실 KIA전 등판을 발표했다. NC의 추격으로 1위가 위협받자 경기도 이천에서 불펜피칭만 한 차례 끝낸 니퍼트를 바로 호출한 것이다. 등 통증을 딛고 돌아온 니퍼트는 6이닝 1실점으로 또 한번 두산을 구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50㎞를 찍었고, 두산에 화요일 18연승을 선사했다. 미국에 살던 아들과 딸이 아빠를 보러 잠실구장을 찾아 시구까지 했는데 멋진 선물을 해줬다.
이 승리로 니퍼트는 다승(14승)·방어율(3.10) 1위로 떠올랐다. 승률(0.824)도 NC 최금강(0.875)에 이어 2위다. 탈삼진도 102개로 팀 동료인 마이클 보우덴(107개)을 바짝 따라잡았다. KIA 윤석민(2011년) 처음이자 외국인선수로는 최초의 투수 4관왕을 노릴 수 있다.
니퍼트의 궤적을 따라가면 드러난 양적 기록 이상의 질적 가치를 지닌다. 4월1일 개막전부터 5월1일 KIA전까지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모조리 승리를 거뒀다. 두산이 김현수(볼티모어)의 이탈 등, 불확실성에서 초반 질주를 할 수 있었던 결정적 동력이었다. 니퍼트는 두산이 반드시 이겨야 할 1위 경쟁팀 NC전에서 2전 2승, 잠실라이벌 LG전에서도 2전 2승을 따냈다. 두산은 올 시즌 유독 롯데에 약한데 니퍼트가 2전 2패로 몰린 탓이 컸다.
이렇게 두산의 성적은 ‘필승카드’로 기능하는 니퍼트의 피칭에 연동하는 경향이 짙다. 두산이 가을야구에 들어가도 강력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니퍼트의 존재감이다. 실제로 지난해 3위 준플레이오프 시작했던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소위 ‘니퍼트가 멱살잡고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두산은 니퍼트의 몸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KBO리그의 타고투저 색채가 진해질수록 절대 에이스 니퍼트의 가치는 커져만 간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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