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스포츠베팅 카페’에서 길을 찾다

입력 2016-09-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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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을 비롯해 각국의 축구리그 경기 모습과 베팅상황, 수익금을 이용한 공익 캠페인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싱가포르 풀스 본사의 베팅 룸. “빚부터 갚으세요.”베팅에서 돈을 땄을 때 현명하게 처신해야한다고 조언하는 캠페인 배너. 싱가포르 풀스의 베팅룸의 복표발행기. 스포츠베팅 수익금으로 토트 위원회가 펼치는 공식사업을 소개하는 영상.(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싱가포르|김재범 기자 oldfield@dogna.com

■ 법·규율 엄격한 싱가포르가 불법도박에 대처하는 자세

싱가포르 풀스가 운영하는 ‘라이브 와이어’
과몰입 방지 활동…건전한 베팅 문화 정착
투명성 토대로 수익금은 철저히 사회 환원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에 넓은 공간. 시원스럽다. 커다란 모니터에서는 축구경기가 쉴새없이 방송되고, 모니터 앞에는 경기를 편하게 즐기도록 안락하게 보이는 소파들이 여유롭게 놓여 있다.

싱가포르의 인기관광지 마리나베이 샌즈에 있는 라이브 와이어(Live Wire)의 모습이다. 라이브 와이어는 싱가포르 스포츠베팅과 복권 공식사업자 싱가포르 풀스가 운영하는 스포츠베팅 카페다. 싱가포르와 해외의 축구리그와 경마를 관람하면서 실시간 베팅을 할 수 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없을 정도로 엄격한 사회제도를 운영해 도덕국가로 불리는 싱가포르. 하지만 의외로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스포츠복표 사업을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다. 싱가포르 풀스의 설립년도가 1968년. 무려 48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싱가포르 풀스는 마리나베이를 포함해 3곳에서 라이브 와이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편의점 비슷한 소형 장외발매소가 있는데 싱가포르 경마클럽(싱가포르 터프클럽) 관할이 10개, 싱가포르 풀스가 304개를 운영한다.

싱가포르가 장외발매소와 스포츠베팅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베팅 수요가 불법도박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베팅 수요가 실재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통제 속에 해소시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막기만 하면 결국 불법도박으로 가게 된다는 게 그들이 싱가포르 풀스를 운영하는 논리다.

규제가 용이한 합법사행산업만 단속하고 제재하는 우리 사행산업 정책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합법사행산업에 각종 규제정책과 통제가 쏟아지면서 통제권 밖에 있는 불법도박의 규모가 커지는 풍선효과를 겪고 있다.

싱가포르는 합법사행산업으로 얻은 수익을 철저하게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 중심은 토트(Tote) 위원회다. 정부기관이지만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토트 위원회는 싱가포르 풀스와 싱가포르 경마클럽의 수익금을 관리한다. 그동안 사회에 환원한 금액만 40억 달러(4조4500억 원). 투명성과 공정성을 토대로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만큼, 합법사행산업은‘레저’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마리나베이 샌즈의 라이브 와이어를 찾았을 때 첫 인상은 밝고 쾌적한 외국의 스포츠 카페를 먼저 떠올리게 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느긋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며 스포츠베팅을 즐기는 한가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외발매소라고 하면 쉽게 연상하는 음습하고 어두운 느낌과는 너무 거리가 있었다.

반면 제도권을 벗어난 불법도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4년 10월 불법 도박사이트의 전면폐지법을 통과시켰고, 지난해 2월에는 인터넷공급사업자에 불법 도박사이트 차단을 명령하는 등 불법도박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합법적인 스포츠베팅도 권장하거나 이를 긍정적으로 키우지도 않는다. 싱가포르 풀스는 고객유치나 매출증대를 위한 어떤 마케팅 활동도 하지 않는다. 대신 도박중독 클리닉운영 등 과몰입 방지를 위한 활동에는 적극적이다. 마리린 링 싱가포르 풀스 실장은 “고객의 안전이 우선이라 도박중독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고객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건전한 베팅문화를 통해 불법도박과의 차별화를 추구 한다. 이곳은 책임 있는 베팅을 추구한다”고 했다.

싱가포르|김재범 기자 oldfield@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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