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입안까지 다 허문 김기태의 ‘즐거운 스트레스’

입력 2016-09-21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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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죄송하게 됐습니다.”

KIA 김기태 감독은 20일 광주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사과를 했다. 전날 대전 한화전에 앞서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한 뒤 만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건강 때문에 기자들에게 경기 전 브리핑을 하지 못한 데 대해 하루가 지나서도 거듭 사과를 한 것이다.

김 감독은 최근 몸살감기 등이 겹쳐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 입안이 다 헐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시 한화전에 앞서 선수단이 대전구장에서 훈련을 할 때 김 감독은 야구장에도 나오지 못하고 구단 버스에서 휴식을 취한 뒤 경기 직전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다. 무쇠 같은 강철 체력을 자랑하던 김 감독도 건강이 악화될 만큼 시즌 막판 사령탑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팀은 5강에 가느냐 못 가느냐가 걸려 있다. 1승과 1패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막판 레이스다. 감독의 순간적인 선택 하나에 당일 승부뿐만 아니라 1년 동안 힘겹게 일궈온 농사가 한순간에 망가질 수도 있다. 100명이 넘는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는 물론이고 수십만, 수백만 팬들의 희비가 그의 한 순간 판단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다.

KIA는 20일 유격수 강한울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오른쪽 허리뼈 타박 및 근육 손상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선수들도 지금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한 시즌을 치르느라 지쳐 있는 데다 1승을 위해 모두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하다보니 부상도 자꾸 발생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긍정의 에너지’를 믿는 김 감독은 “이런 스트레스는 즐거운 스트레스 아닙니까”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위권으로 처져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올 시즌 5강 순위싸움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가을잔치에 참가한다면 KIA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래서 입안이 다 헐게 된 김 감독도 지금의 이 스트레스를 즐기고 있다.

광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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