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챙기려다 1경기 만에 쫓겨난 앨러다이스

입력 2016-09-28 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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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다이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말 한 번 잘못해서라기보다는 평소 비위행위를 일삼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1경기만 지휘하고 쫓겨난 샘 앨러다이스(62) 감독뿐 아니라 ‘축구종가’를 자처하는 잉글랜드도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28일(한국시간) “앨러다이스 감독이 협회와 상호합의 하에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 이후 잉글랜드 사령탑에 오른 앨러다이스는 이로써 지휘봉을 잡은지 67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5일 1-0으로 승리한 슬로바키아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유럽 최종예선 딱 1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다. 데뷔전이 고별전이었다.

앨러다이스 감독의 비리 행각은 하루 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폭로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 탐사보도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이적시장 진입을 노리는 동아시아 에이전트회사의 대리인으로 위장해 앨러다이스 감독과 접촉했고, 앨러다이스 감독은 이적과 관련해 FA의 규정을 피해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40만파운드(약 5억7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맺으려고 했다. 국제축구계의 불법관행 중 하나인 ‘서드 파티 오너십’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뒷돈을 챙기려고 한 것이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텔레그래프 취재진에게 “서드 파티 오너십은 웃기는 규정이다. 문제될 게 없다. 내가 아는 다수의 에이전트들이 매번 이런 일을 하고 있다”며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친절히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서드 파티 오너십이란 구단이 아닌 에이전트나 투자자 등 제3자가 선수의 소유권을 갖고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선수의 의사와 상관없는 ‘노예계약’의 성격이 짙어 국제축구연맹(FIFA)은 올 5월 이를 전면 금지했다.

탐사보도의 덫에 걸린 앨러다이스는 그동안 쌓았던 명예를 송두리째 잃었다. 향후 FIFA의 조사도 예상돼 축구계에서 영원히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FA는 앨러다이스를 대신해 당분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21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예정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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