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kt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감독은 대부분 계약 마지막 해 어쩔 수 없이 조급한 모습을 노출한다. 오만함이 아닌 스스로의 능력에 자긍심이 없으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자리가 프로야구 감독이다. 이 때문에 성적부진으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계약 마지막 해 팀을 무리하게 운영하는 감독을 종종 볼 수 있다.
조범현 전 kt 감독은 올해가 1군 두 번째 시즌이자 3년 계약 마지막 해였다. kt는 2013년 조 전 감독과 2014년 퓨처스리그, 2015~2016년 1군 등 3년 계약을 했다. 계약 마지막 해 시즌을 맞은 조 전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2016’이 아닌 ‘5’와 ‘10’이라는 숫자를 자주 언급했다.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취재진과 편안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래부터 쳤다. 그리곤 “다음 감독으로 어떤 분이 오실지 모르지만 성적을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내 첫 번째 의무다”고 했다. 더 깊은 속내를 말할 때도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해온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더 빠른 길을 함께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감독의 거취가 팀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감독 계약 마지막 해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저런 말이 많이 나온다. 감독이라면 다 감당해야 한다. 또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져야한다”고도 했다. 조 전 감독은 kt 구단이 결별을 확정한 뒤 “더 좋은 팀을 만들지 못해 아쉽고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는 말을 남겼다.
2014년부터 조 전 감독은 “마운드는 외국인 선수가 먼저 중심을 잡고 젊은 투수들을 최대한 보호하고 성장시켜 10년 뒤까지 준비한다. 야수는 베테랑과 신예들의 자연스러운 조화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구단이 반대하는, 그리고 큰 위험이 따르는 트레이드를 주도한 것도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한 선택이었다.
구단 경영진 입장에서는 당연히 빨리 완성되는 그림을 원할 수밖에 없다. 감독 재계약 마지막 해 당사자보다 더 초조해 했다. 그러나 조 전 감독은 튼튼한 건물을 완성하기 위한 터파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kt는 우뚝 서있는 다른 팀의 전력과 비교하면 아직 기초공사도 끝나지 않은 팀이다.
2015년 kt의 1군 데뷔 시즌을 앞두고 조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 모두 어깨가 무겁다. 한국프로야구 전체의 흥행과 발전이 우리 때문에 악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 때문에 리그 수준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수치다. 그래서 더더욱 힘든 훈련도 참아야 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그 막중한 사명감은 kt의 두 번째 감독의 몫으로 넘어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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