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돌풍이 단발성 아닌 증거들

입력 2016-11-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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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의 초반 기세가 무섭다. 4승3패로 남자부 2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카드는 파다르의 부진 속에서도 천적 삼성화재를 꺾으며 초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9일 삼성화재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왼쪽)과 최홍석이 환호하고 있다. 대전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는 ‘2016~2017 NH농협 V리그’에서 ‘창단 첫’이 참 많다. 창단 첫 개막전 승리(10월19일 OK저축은행전)에 이어 9일에는 18연패를 끊는 창단 첫 삼성화재전 승리를 거뒀다. 1라운드를 2위로 마친 데 이어 2라운드 첫 경기 삼성화재의 벽도 뚫었다. 이건 것 자체도 의미 있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경기력이었다. 외국인선수 파다르(23득점)가 최악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극복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 파다르. 스포츠동아DB



● 우리카드는 ‘파다르의 팀’이 아니다

우리카드의 공격이 파다르(20)에 편중되는 것은 현실이다. “우리카드가 지난 시즌보다 강한 외국인선수를 뽑았다”는 것은 배구계의 일치된 견해다. 그러나 외국인선수가 막히면 답을 못 찾는 삼성화재와 달리 우리카드는 ‘대안’을 보여줬다. 사실 파다르는 삼성화재 타이스와의 맞대결에서 밀렸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3세트 중반에는 파다르를 벤치에 앉히기까지 했다. 간판센터 박상하의 컨디션도 좋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레프트 최홍석(26득점, 트리플크라운), 센터 김은섭(9득점)이 그 공백을 메웠다. 그 덕분에 4세트 이후 파다르가 살아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최홍석을 뺀 모든 선수를 한 차례 이상 교체했다. “체력안배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팀에 주전은 없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을 것이다. 실제 우리카드는 새 외국인 선수 파다르, 테스트 입단한 211㎝ 장신센터 김은섭이 가세했고, 레프트 신으뜸, 센터 김시훈이 중용되고 있다. 세터(김광국)와 리베로(정민수)만 제외하면 1년 새 거의 다른 팀이 된 셈이다. 김 감독은 경기 직후 “파다르에게 몸 관리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잘하는 외국인이라도 예외 없이 할 말은 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우리카드. 스포츠동아DB



● 돌풍의 지속은 ‘관리’에 달렸다

김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부터 시즌 초반을 강조했다. 패배의식에 젖은 팀이라 기세가 중요하다고 본 것인데 아직까지는 적중했다. 레프트와 센터의 옵션이 늘어났다. 라이트 파다르는 나이가 스무살이라 회복력이 좋을 것이다. 김 감독은 훈련보다 관리에 방점을 찍고 긴 레이스를 운영할 생각이다. 우리카드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구슬을 얻고도 5순위에 그쳤다. 그러나 파다르를 뽑아 전화위복이 됐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구슬의 외면을 받고, 간절했던 세터 황택의(KB손해보험)를 놓쳤다. 김광국의 군입대 후 세터를 준비하는 것은 김 감독의 중대한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언제나 ‘시크한’ 김 감독은 앓는 소리 하지 않는다. 불운이 겹쳤어도 우리카드는 좌절하지 않고, V리그에서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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