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파이터다!] 19세 격투가 임소희 “서브미션 기술로 승리하고 싶다”

입력 2016-11-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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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데뷔전에서 쓰린 패배를 맛봤지만 종합격투기 선수로서 임소희의 앞날은 무궁무진하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체육관을 갔던 어린 소녀는 이제 최초의 여성 챔피언을 노린다. 사진제공 | ROAD FC

아버지 덕에 어릴적부터 우슈 시작
비인기 설움에 종합격투기 눈 돌려
4월 로드FC 데뷔전서 뼈아픈 패배
여성부 타이틀 주인공 되는게 목표


아무것도 모르던 철없던 어린 시절. 아빠를 따라 갔던 체육관이 좋았다. 그렇게 익숙했던 체육관. 어느덧 글러브를 손에 끼고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가 됐다. 4월16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ROAD FC 030을 통해 데뷔한 임소희(19·남원 정무문)의 이야기다.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산타 베이스 파이터 얜 시아오난에게 1라운드 TKO로 패배했다. 거친 신고식을 한 셈이다.

“아쉽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한 대회였어요. 지금은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자꾸 그 경기를 생각하면 마음만 아픕니다. 다음 경기 때 더 잘하면 되죠. 조만간 더 나아진 모습으로 케이지에 올라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 합니다.”


●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운 운동

운동시작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렸을 때부터 우슈 체육관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체육관에 자주 놀러갔다. 그러면서 운동에 익숙해졌다. 초등학교에 올라가자 아버지의 권유로 투로(칼과 창을 들고 시범을 보이는 표현 종목)를 시작했다. 이후 체육관 사범이 출전한 우슈 산타 경기를 보고서 대회에 출전할 마음을 굳혔다. 처음에는 아버지도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도리어 아버지가 권유했다.

“어느 날 체육관 사범님께서 출전하는 우슈 산타 경기에 응원을 갔습니다. 그걸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아버지에게 출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처음에는 반대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버지께서도 대회에 나가보는 것도 좋겠다고 해서 정식으로 출전하게 됐습니다.”

표현 종목만 하다가 격투 종목을 해보니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승리했을 때 쾌감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표현 종목과 산타를 함께 하다가 중학교에 올라가자 본격적으로 산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청소년 국가대표에도 출전하기도 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표현 종목만 하다가 직접 주먹을 맞대는 경기를 해보니 새로운 경험이었죠. 무엇보다 승리했을 때 쾌감이 정말 컸습니다.”

열심히 했던 우슈 산타는 여성 선수에게 비전이 없었다. 여성 선수를 위한 실업팀도 없었고 국가대표 선발도 모든 체급에서 선발하지 않았다. 산타를 해선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힘들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었다.

“여성 선수가 산타 선수로 활동하기엔 여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산타를 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했죠. 저 뿐만이 아니고 다른 여성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갑자기 눈에 들어온 종합격투기

그러던 와중에 종합격투기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산타에 관심이 쏠려 있었고 종합격투기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 보게 되니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그라운드 기술도 흥미로웠다.

종합격투기를 흥미로워하는 딸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버지는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처음부터 종합격투기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종종 영상을 보면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겼죠. 아버지께서 대회에 출전할 것을 제안하셨고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아마추어 무대에 나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ROAD FC 030에 출전하는 것이더라구요.”

임소희가 종합격투기를 시작한다고 하자 주위의 반대가 컸다. 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두 반대했다. 글러브도 얇고 꺾고 조르는 모습이 과격해 보였나보다. 특히 임소희의 어머니는 반대가 더욱 컸다. 입식 경기 때도 다치는 딸이 안쓰러웠는데 종합격투기를 한다고 하니 큰 걱정이었다.

종합격투기는 쉽지 않았다. 입식 경력은 길었으나 종합격투기의 그라운드 기술과 레슬링은 임소희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그리고 배울 것이 많은 종합격투기는 임소희에게 쉽지 않은 종목이었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빨리 실력을 쌓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기술 하나 하나 정확하게 습득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정말 답답했죠. 언제쯤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 없겠죠.”


● 패배를 통해 배운 것

결국 4월에 임소희는 얜 시아오난에게 졌다. 대회를 앞두고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한 것이 패인이었고 룰에 익숙치 않았던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아오난의 킥을 맞고 순간 눈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등을 보이자 심판이 경기 포기했다고 생각해 경기를 중단시켰습니다. 참 아쉬운 순간이었죠.”

현재 임소희는 거처를 원주로 옮겼다. 로드FC파이터 김수철이 소속된 팀포스에서 소속 선수들과 함께 운동한다. 여전히 종합격투기에 익숙하지 않지만 선배 오빠들의 지도를 따르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팀 오빠들이 여러 가지 많은 부분을 알려주세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답변도 해주시고요.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워 기쁘답니다. 언젠가는 제가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거둘 날도 오겠죠. 그때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려 합니다.”

임소희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여성부 타이틀이 생긴다면 그 타이틀에 주인공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보다 먼저 첫 승을 거두어야겠죠. 다음 경기에선 좀 더 나아진 종합격투기 선수 임소희로서 첫 승을 거둘 겁니다. 그땐 그라운드 기술도 더 나아졌겠죠? 지금은 선배 오빠들이 알려준 대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답은 없겠죠.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성욱 스포츠동아 객원기자·RANK5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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