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롯데, ‘골든타임’을 허비할건가

입력 2016-1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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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 대한민국에서 ‘골든타임’은 밝은 어감이 아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을 일컫는다. 그 순간이 지나면 돌이킬 수 없다. 결국 어떤 조직이 지니는 총체적 위기대처능력이 골든타임에서 가려진다. 기자가 보기에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은 롯데 야구단의 골든타임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롯데는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표면적으로 롯데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롯데의 전략일 순 있겠다. 그러나 4년 간 가을야구를 못해본 팀의 ‘여유’를 도대체 어떻게 봐줘야 할까?

롯데 시절 이대호-황재균(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지금 롯데의 국면전환 카드는 크게 2장, 이대호(34)와 황재균(29)의 영입 여부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 롯데의 협상전술일 순 있다. 그러나 롯데를 잘 아는 야구인은 “이런 식의 접근이라면 둘 다 놓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똑같은 1억원이라도 제시하는 타이밍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은 다르다. ‘최대한 일찍, 최선의 성의를 제시했다’는 인상을 줬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왜냐하면 ‘이 팀이 진심으로 나를 필요로 한다’는 선명한 정황증거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선수들은 이런 느낌을 꽤 중시한다. 이대호와 황재균이 실제 얼마를 원하는지 추정만 있을 뿐, 공개된 바는 없다. 결국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간보기’가 아니다. 롯데의 확실한 원칙 설정과 우직한 실행능력이다. 이대호와 황재균이 다 있어야만 하는지, 아니면 둘 중 누구 1명만 필요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놓쳐도 되는지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관철해야 한다. 잡을 필요가 있다면 더 서운해지기 전에 제시하면 된다. 그래도 못 잡는다면 그것은 그 나름의 비즈니스다. 롯데가 부끄러워할 일은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여론향배에 따라 야구단의 방향성이 출렁이는 사태다. 황재균의 거취를 몰라 외국인 야수의 포지션조차 못 정하는 현실은 이 팀의 전략치를 의심케 한다.

롯데 김창락 대표이사.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롯데는 팀이 아주 어려운 시국에 프런트 수장인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김창락 대표이사가 이 난국에서 홀로 해법을 찾을 순 없다. 결국 롯데 프런트의 총체적 역량이 걸린 일이다. 그러나 과거의 전례를 볼 때, 롯데는 돈을 지를 때와 비축할 때를 적확하게 판단 못했다. 롯데 프런트가 유달리 머리 나쁜 사람만 모인 집단일 리가 없다.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갈 수 있음에도 롯데야구가 좋아 입사한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롯데에는 적지 않다. 결국 실무 현장직원들의 의견이 위에 가감 없이 수렴되지 못하는 조직문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소수의 사람들이 밀실 속에서 내렸던 그동안의 결정은 보안은 잘 지켜졌을지 몰라도 효율은 실패에 가까웠다. 안전한 선택만 좇는 길은 어쩌면 가장 위험한 길일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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