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이정후.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KBO가 매년 개막 전 발행하는 가이드북은 등록 선수 전체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넥센이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선발한 이정후(19)의 포지션은 ‘내야수’로 적혀있다. 이정후는 휘문고 시절 유격수로 주로 뛰었다. 스프링캠프 때도 유격수와 3루수로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 첫 시즌 이정후의 포지션은 외야수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시즌 초반 “외야와 내야에 얽매이지 않고 열어 놓겠다. 어떤 위치에서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겠다”며 “지금까지 느낀 점은 본인 스스로 외야에 있을 때 표정이 더 밝다. 타격 재능이 뛰어난 유망주다. 외야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11일까지 이정후는 33경기를 뛰었다. 고졸 신인으로 전 경기 출전이다. 장 감독도 포지션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결론은 ‘더 이상 내야수 이정후는 없다’였다. 외야수에만 전념한다.
장 감독은 11일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야 기용은 없다. 이정후의 포지션은 외야수다. 송구 능력이 뛰어나고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 상당수 외야수들은 타구 판단을 비교적 빨리 할 수 있는 중견수 자리를 가장 편안해 하는데 이정후는 반대로 양 코너, 좌익수와 우익수 위치를 편안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정후를 집중 관찰하던 복수의 프로 스카우트는 “컨택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 프로에 빨리 적응할 것 같다. 단 내야수로 송구는 너무 강하다”는 말을 했었다. 매우 강한 어깨를 갖고 있지만 내야 송구는 1루수가 가장 편안하게 잡을 수 있는 정확도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어깨가 강한 선수 중에 짧은 송구의 정확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리그 최고의 외야수가 된 두산 민병헌이 같은 케이스다.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흥미로운 부분은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도 현역 시절 편안함보다는 화려함, 부드러움보다는 강렬한 송구가 더 돋보였던 유격수였다는 점이다. 명 유격수 계보에 함께 이름을 올린 류중일, 박진만과는 색깔이 많이 다른 유격수였다. 송구 능력이 워낙 뛰어나 수비 범위가 넓지만 그만큼 1루수가 공을 받기 까다로운 스타일이기도 했다.
이종범 위원도 일본 진출 이후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꿨고 국내 복귀 이후 은퇴할 때까지 주로 우익수로 뛰며 빼어난 포구와 송구 능력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11일까지 33경기에서 123타수 41안타 타율 0.333 2홈런 OPS 0.805를 기록하고 있다. 열아홉 나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대단한 활약이다. 특히 131타석에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외국인 투수, 프로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하며 단 12개의 삼진만을 당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정후 이전에 최근까지 가장 뛰어난 고졸신인 타자로 꼽히는 KIA 안치홍은 2009년 데뷔 첫 시즌 123경기에서 타율 0.235 14홈런, OPS 0.701로 활약했지만 고교 때와는 차원이 다른 1군 투수들의 변화구와 맞서며 103개의 삼진을 기록했었다.
마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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