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방울 선수 시절 김기태 감독-KIA 최형우(오른쪽). 사진제공|쌍방울 레이더스·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 KBO리그 지명타자 분야에서 올타임 넘버원을 겨룰만한 임팩트로 기억된다. 이런 김 감독이 만약 지금 현역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면 KBO리그 최고타자 최형우(34)와 비견될 만하다.
14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김 감독에게 ‘대놓고’ 최형우와의 비교를 구했다. 김 감독은 “나보다 최형우가 더 좋은 타자”라고 웃었다. “한 팀의 4번타자로서 최형우가 나보다 더 낫다”고 김 감독은 선뜻 인정했다. 그 근거는 장타력이다. 다만 김 감독은 에둘러 표현했지만 기술적 정교함과 클러치 능력에서는 최형우에게 결코 밀리지 않을 자부심도 내비쳤다.
사실 이런 거친(?) 비교 부탁에 김 감독은 거의 직관적으로 응답했는데 실제 데이터를 찾아보니 크게 틀리지 않은 듯하다. 김 감독은 1991시즌부터 2005시즌까지 15년을 뛰며 통산 출루율 0.407을 찍었다. 최형우의 통산 출루율 0.401(데뷔시즌인 2002년부터 2017년6월13일까지)보다 실제 약간 높다.
김 감독이 알아본 최형우의 장타율은 0.558에 달한다. 최형우는 총 4시즌에 걸쳐 OPS(출루율+장타율)가 1.000을 넘겼다. 최형우를 KBO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타자로 평하는 주된 근거다.
김 감독은 “나의 현역 시절에는 OPS 같은 개념이 거의 없었다. 내 OPS가 얼마나 될까?”라고 새삼 궁금해 했다. KBO에 의뢰해 찾아보니 김 감독의 KBO 15년 통산 OPS는 0.922였다. 아울러 김 감독은 1992년, 1997년, 1998년(이상 쌍방울), 2000년(삼성) 4차례에 걸쳐 OPS 1.000을 넘겼다. 김 감독은 알고 보면 ‘저평가’된 타자였던 셈이다.
김 감독과 최형우는 꾸준한 내구성에서도 닮았다. 김 감독은 “최형우가 낫다”고 추켜세웠지만 쌍방울이라는 약체팀에서 뛴 핸디캡을 고려하면 용호상박이라고 해도 무방할 터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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