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타슈켄트 리포트] 물밑서 치열하게 움직인 신태용호 코치진의 헌신

입력 2017-09-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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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차두리 코치-김남일 코치(오른쪽). 스포츠동아DB

우리 대표팀은 모두가 원하는 화끈한 승리대신 0-0 무승부로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마쳐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목적은 달성했다. 비록 경기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준비는 많이 했다.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하루 1차례 진행되는 선수단의 공식 트레이닝뿐 아니라 선수 각자가 이미지 트레이닝과 개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열을 쏟아냈다.

이 공부가 지루할 틈은 없었다. 정확히 요점만 정리한 내용들이 선수들에게 전달됐다. 덕분에 머리 아플 일이 없었다. 상대국 경기를 편집한 영상이 담긴 자료를 활용한 비디오 미팅은 길지 않았다. 8월 31일 이란전을 준비할 때도 영상 미팅은 단 2차례였다. 이것저것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스스로 느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슈켄트에서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강·약점이 요약된 자료들이 일찌감치 전달됐고 영상 미팅은 현지 입성 2일차인 9월 2일 처음 진행됐다.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주입하면 오히려 혼란을 준다고 신 감독은 믿었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은 지나치게 꼼꼼한 스타일이었다. A부터 Z까지 직접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축구와 별 상관이 없는 과거의 유럽 레전드의 플레이 영상까지 활용해 선수들의 불만을 샀다.

신태용호는 틈새 미팅을 수시로 했다. 김남일(40) 코치와 차두리(37) 코치는 틈날 때마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소재도 다양했다. 형·동생과 다름없는 지도자와 선수는 커피 한 잔을 놓고 축구 이야기는 물론, 개인 고민까지 털어놓고 마음을 열었다. 대화의 장소만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타슈켄트 최고급 숙박시설 하얏트 리젠시 호텔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신 감독은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인근의 7번 훈련장에서 이뤄진 풀 트레이닝 때마다 직접 휘슬을 잡고 원 포인트 레슨을 진행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 발생하는 사령탑의 몸 개그에 선수들이 박장대소하는 장면도 종종 나왔다. 분석과 미팅에 긴 시간을 할애하고 훈련은 큰 틀에서만 지휘한 슈틸리케 감독과는 많이 달랐다.

시간이 모자란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는 짧은 여유조차 사치였다. 코치진의 미팅은 쉴 틈이 없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딱딱한 대화가 많이 오갔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신 감독을 보좌한 전경준(44) 코치가 밤새워 분석하고 편집한 영상들을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타슈켄트행 비행기 안에서도 태극전사들에게 비즈니스 좌석을 양보한 코치들은 각자의 과제로 받은 영상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팀 훈련에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느라 여유가 없었다. 대표팀 스태프는 “호수에서 헤엄치는 오리를 보면 얼핏 평온한 듯 보이지만 물밑에서 아주 치열하게 발을 움직인다. 우리 팀이 딱 그랬다. 물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또 앞으로 계속 전진하기 위해 구성원 하나하나가 사력을 다했다”면서 타슈켄트에서의 짧고도 긴 닷새를 되돌아봤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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