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대표팀 감독’ 원하나

입력 2017-09-15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거스 히딩크 감독의 기자간담회 내용은 두루뭉술했다.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야망을 확실히 전달한 것도 아니고, 다른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인지 역시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계기로 오랜 행복과 추억을 나눈 한국축구와 히딩크 감독은 끊임없이 불거진 논란에 이제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용의
감독 맡아도 2002년 재현은 어려워
KFA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 없다”
애매모호한 입장 발표 논란 더 커져

축구협 공식입장 발표…“히딩크 감독 관심에 감사”
“신태용 감독과 협의후 조언 구할 사항있으면 요청”


드디어 히딩크 감독의 입은 열렸는데, 오히려 상황만 복잡해졌다. 대표팀 감독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만일 그럴 의사가 있다면 대한축구협회에 누가 어떻게 언제 어떤 내용의 말을 전했는지 알 수 없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은 9월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축구를 위해, 한국 국민들이 나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또 어떤 일이든지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발언이 애매모호해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기 딱 좋은 상황이다. 애초에 본인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오랜 측근의 ‘전언’으로 불거진 최근의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입장 정리는 뚜렷하게 했어야 옳았지만 그런 내용은 없다.

“어떠한 일이든 할 용의가 있다”는 표현으로 대한축구협회(KFA)에 또 공을 떠넘겼다. 본인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한 의도 파악도 어렵다. ‘어떠한 일’이 뭔지, 또 어떻게 언제부터‘그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궁금증이 남는다.

이날 행사는 아주 갑자기 이뤄졌다. 우리 시간으로 간담회 당일 아침에야 히딩크 감독이 국내 언론 유럽주재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갖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과정이야 어찌됐든지 많은 이들이 기다린 시간이기도 했다.

9월 6일 타슈켄트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우리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전 직후 ‘히딩크 감독의 사령탑 부임 루머’가 불거진 뒤 본인이 직접 입을 여는 자리여서 기대도 컸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추측은 더욱 확대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게 됐다.

대신 히딩크 감독의 입을 통해 확실히 밝혀진 사실도 있다. “(대표팀 감독에 대해) KFA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는 점이다. 기자간담회에서 “2002년의 영광을 반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앞으로 더 확실히 짚고 넘어갈 부분도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히딩크 감독과 협회의 접촉이 있었는지 여부다. 히딩크 감독 측은 “3개월 전에 측근을 통해 감독직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어이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단장으로 대표팀의 우즈베키스탄 원정에 동행한 김호곤 부회장은 “감독이 바뀌고 선임하는 상황인데, (기술위원장인) 내가 모를 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핵심 관계자는 “누구도 히딩크 감독의 측근으로부터 의사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정몽규 회장도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조직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히딩크 감독 선임과 관련해) 생각도 없고, 들은 것도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더욱 복잡했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당시 우리는 ‘협회 ○○○’에게 (대표팀 감독직 의사가 있다고) 타진했다”고 밝히면 됐는데 아쉽게도 이번에 누구도 그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축구와 우리 대표팀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내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히딩크 감독이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하여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면서 히딩크 감독의 발언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