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의 윈나우와 리빌딩 사이에서

입력 2017-09-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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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에게 2017~2018시즌 V리그는 윈나우(win-now)와 리빌딩(re-building)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2016~2017시즌 V리그 준우승팀에게 우승 외에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없다. 한선수, 김학민, 곽승석, 신영수 등 주축 멤버들의 전성기는 나이를 고려할 때, 이제 정점에서 아래로 기울어가는 시점일 터다. 외국인선수 가스파리니와의 계약도 만료된다. 선수들 스스로가 지금이 현역 인생 최후의 우승 기회임을 말하지 않아도 공유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베이스캠프에서 29일 만난 박기원 감독은 뜻밖의 말을 했다. “초반에는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자타공인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는 대한항공이 시작부터 독주를 하기 어렵다고 진단한 것이다. 엄살만은 아니다. 지난시즌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시간을 겪은 뒤, 박 감독은 치열하게 성찰했다. 화두는 ‘어떻게 해야 마지막에 이길 수 있느냐’였다. 고민 끝에 얻은 방안은 정규시즌 1위가 아니라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방점을 찍는 운영이다.

주력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보다 과학적으로 할 방침이다. 어떻게든 봄배구까지 끌고 간 다음, 단기전에서 최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2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7~2018 남자 배구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된 임동혁이 박기원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런 과정 속에서 박 감독은 대한항공의 미래도 준비할 생각이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의 임동혁과 3라운드에서 뽑은 엄윤식을 육성한다. 박 감독은 토종 거포 라이트로 기대 받는 고교생 국가대표 출신 임동혁에 대해 “백지로 돌아가 전부 개조할 것이다. 레프트로 시험할 것이다. 리시브를 받을 수 있는 레프트냐, 아니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 시즌은 원 포인트 서버로서 기회를 줄 계획이다. 클러치 상황에서 강서브를 때릴 수 있는 담력을 볼 생각이다. 박 감독은 “엄윤식은 체공시간이 김학민 수준이다. 백업센터로서 출장 기회가 임동혁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밝혀 두 선수의 경쟁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봤다. 기존의 레프트 정지석에 임동혁이 성장하고, 엄윤식이 높이를 책임진다면, 대한항공은 미래에도 강자의 지위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용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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