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도쿄 리포트] APBC 선동열 vs 이나바의 역발상 선발발탁 승자는?

입력 2017-11-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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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이 16일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으로 열전에 돌입한다. 한국 대표팀 선동열 감독과 일본 대표팀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은 15일 공식기자회견에서 각각 상대의 예상을 깬 선발 투수를 예고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일본 도쿄돔|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말은 솜이었다. 그러나 행동은 칼이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개막전으로 펼쳐지는 한·일전을 딱 하루 앞둔 양 팀 수장들의 모습이 이랬다. 15일 도쿄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대표팀 선동열 감독, 일본대표팀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이 만났다. 선 감독은 “자신감”을, 이나바 감독은 “승리를 위한 헌신”을 선수단에 주문했다. 첫 경기이자 자존심이 걸린 16일 한·일전 승리를 향한 의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웃을 수 있는 자는 단 한명이다.

야구대표팀 장현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왜 선동열 감독은 장현식을 냈을까?

선 감독의 일본전 선발은 세간의 예상을 깼다. 장현식(22·NC)이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017년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준PO), 두산과 PO에서 장현식이 보여준 담력을 높이 샀다. 어떤 환경에 놓여도 적어도 자기 공은 던지는 투수란 확신이 들었다. 일본의 ‘발 야구’를 차단할 최선의 대안이라는 현실도 점수를 땄다. 선 감독은 “장현식의 슬라이드스텝이 대표팀 선발투수 중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평가전에서 장현식의 구위가 안정적이었던 것도 염두에 뒀다. 긴장만 안하고 던진다면 일본 타자들이 쉽게 못 칠 공이라는 믿음이 있다.

여기까지가 표면적 명분이다. 사실, 전술적으로 따지면 장현식은 일본전에 넣기 아까운 카드다. 대만만 이기면 결승에 갈 확률이 아주 높기에 그렇다. 그러나 국가대표팀 감독의 시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한테 설령 지더라도 ‘잘 져야’ 한다. 첫 경기부터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선 감독의 책임감이 ‘선발 장현식’을 불러냈다.

선 감독은 도쿄돔 훈련 도중, “투수 엔트리 전원이 대기한다. 1회부터 몸을 푸는 투수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략, 전술이야 어찌됐든 일본한테 쉽게 보일 수 없다는 결연함이 배어있다. 선 감독은 “장현식이 2회까지만 버텨주면 된다”고 했다. 초반 흐름만 뺏기지 않으면 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일본 야부타 가즈키. 사진제공|히로시마 홈페이지



● 왜 이나바 감독은 우완 야부타를 냈을까?

일본도 예상을 깼다. 우완 야부타 가즈키(25·히로시마)를 선발로 낙점했다. 한국의 좌타라인을 겨냥해 좌완투수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나 다구치 가즈토(요미우리)를 올리지 않았다. 야부타는 우완 파워피처다. 대표팀 이종열 전력분석원은 “포심, 투심, 커터 등 직구 계열이 80%를 넘게 차지하는 투수”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이런 유형의 투수에 강했다. 게다가 “야부타의 구속이 4㎞가량 떨어진 상태”라는 일본 내부의 우려도 들린다.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이나바 감독은 야부타를 강행했다. ‘한국을 힘으로 누르겠다’는 도발이다. 이 분석원은 “야부타가 15승 투수다. 이 중 12번 퀄리티스타트를 해냈다”고 설명했다. 이닝이터로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투수란 얘기다. 선 감독은 야부타에 이어 일본이 왼손투수를 낼 것이라 예측했다. 그 다음에 이시자키 쓰요시(한신)~마타요시 가쓰키(주니치)~야마사키 야스아키(요코하마)의 ‘필승 계투진’이 올라온다. 객관적으로 어디 하나 뚫기 버겁다. 그러나 한국야구는 역경 속에서 기적을 써내려왔다.

도쿄돔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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