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입단 당시 류현진-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왼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계약·이적 협상·은퇴 후 설계 역할도
축구는 등록제 운영…100여명 활동
계약 총액·이적료 3∼10%가 수수료
KBO 대리인은 관련법 등 시험 치러
1년 계약·보수는 계약금의 5% 미만
외국어·소통 능력…법률 지식 필요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일자리 정책이다. 특히 양질의 청년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 먹고 사는 문제는 체육계도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가 2015년 은퇴한 국가대표선수들의 직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꼴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자신이 활동했던 관련 분야로 취업한 경우는 10명 중 겨우 3명이었다. 이들 뿐 아니라 스포츠에 관심 많은 젊은이들에게도 관련 직업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스포츠동아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스포츠 관련 직업을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에이전트(Agent)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영화 ‘제리 맥과이어’다. 1996년 개봉한 이 영화는 선수를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 아닌 친구로 대하는 에이전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모습 때문에 에이전트를 지망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에이전트는 기본적으로 선수 권익을 대변해 계약 또는 이적 협상을 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선수 에이전트라 한다. 경기를 알선하는 경기 에이전트는 따로 있다. 선수 에이전트는 일정 관리나 미디어 대응은 물론 요즘은 선수의 은퇴 이후를 설계하는 역할도 한다.
국내 에이전트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해외 이적이 많은 축구다. 야구도 올해부터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축구는 애초 국제축구연맹(FIFA)이 직접 관리했다. 1990년대 초반 자격증 제도가 도입된 가운데 2001년 등록 에이전트 수가 5000명을 넘어섰다. 선수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에이전트 영역도 덩달아 커졌다. FIFA는 관리가 힘들어지자 자격증 발급 업무를 각국 축구협회로 이관했다. 협회는 필기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발급했다. 그러다 FIFA는 2015년 4월 에이전트 자격증 제도를 폐지했다. 현재는 등록제로 운영된다.
명칭도 에이전트 대신 중개인(intermediary)으로 바뀌었다. FIFA는 중개인을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서 유상 또는 무상으로 선수 또는 구단의 위임을 받아 선수고용계약 또는 이적계약 등을 위해 중개 또는 협상을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FIFA가 제도를 바꾼 건 변화된 선수의 위상 때문이다. 예전 에이전트는 약자인 선수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가 일방적인 약자는 아니다. 그래서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협상하는 중개인 역할이 필요했다.
이 제도 시행과 함께 FIFA는 수수료를 선수 계약 총액 또는 이적료 총액의 3%로 권고했다. 물론 의무 사항은 아니다. 수수료는 3∼10%라고 보면 된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한 중개인은 100명이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등록(6, 11월 연간 2차례)이 가능하다.
한국프로야구의 공인대리인은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관리한다. 대리인은 KBO리그 구단과 선수계약 체결을 위해 협상할 수 있다. 대리인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하는데, 과목은 KBO 리그 선수대리인규정, KBO 규약(부속 선수계약서 포함), 협정서(한미, 한일, 한대만, 프로-아마추어), KBO 리그규정, KBO 기타 규정(상벌위원회 규정, 야구배트공인 규정, 국가대표운영 규정 등), 국민체육진흥법 중 벌칙규정, 한국도핑방지규정 중 선수협회가 지정하는 규정, 선수협회가 지정한 법률상식(계약법) 등이다. 과목당 60점을 넘어야한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시험에는 149명이 응시해 91명이 합격했다. 이 중 39명이 국내 변호사(사시 18명, 변시 21명)이며, 일본 변호사 1명, 미국 법학석사 1명, 법무사 3명도 포함돼 있다. 법률 전문가가 많은 게 눈에 띈다. 계약기간은 1년이며, 보수는 선수계약 규모의 5%를 넘을 수 없다. 또 대리인이 구단 당 3명 등 총 15명을 초과해 대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과점 또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장치다.
에이전트는 전문 직업이다. 우선 자신에게 맞는지를 살펴야한다. 축구 에이전트들이 주축이 된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가 2016년 출범했는데, 이 단체의 실무를 담당하는 류택형 사무국장을 만나 에이전트 세계를 들여다봤다.
에이전트는 무엇보다 부지런해야한다. 연중무휴다. 류 국장은 “봄에 시즌을 시작해 가을에 끝나는 춘추제인 K리그는 1∼3월이 등록기간, 7월이 추가 기간이고, 추춘제인 유럽리그는 7월부터 3개월이 등록기간, 그리고 이듬해 1월이 추가 기간이다. 이 때가 가장 바쁘다. 또 시즌이 시작되면 매니지먼트도 해야 하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다. 4월과 10월에 조금 여유가 있지만 이때도 주중과 주말에는 경기장에 가 소속 선수를 살펴야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다”고 했다.
에이전트로 성공하기 위한 자질에 대해 그는 선수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을 첫손에 꼽았다. “에이전트는 협상과 계약을 담당하는 사람이기에 외국어를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법적인 소양을 갖추면 유리하다. 이는 기본이다. 특히 중요한 건 선수의 가치를 키우는 능력이다. 파생가치라 할 수 있는데, 기업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선수의 비 경기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에이전트의 목적은 물론 돈이겠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먹고 산다. 그는 “선수와 계약해서 성공 과정을 함께하는 게 최고의 보람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의 경험을 공유하기보다는 좌절의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 더 많다. 성공할 것으로 판단된 선수 10명 중 진짜 성공하는 경우는 1∼2명 정도다.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선수가 반은 넘는다. 부상이나 잘못된 자기관리가 실패의 원인인데, 더 안타까운 건 이상하게도 운이 따르지 않는 선수들이 꼭 있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힘든 게 이 분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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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