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베테랑과 개인 사이, KT 이진영은 20년째 야구가 어렵다

입력 2018-05-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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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데뷔한 KT 이진영은 프로야구 선수로만 20년째 활약하고 있다. 1만 시간을 넘어 2만 시간의 법칙까지 달성한 그에게 야구란 무엇일까. 이진영은 “여전히 어렵다”는 말로 자신의 프로야구 인생을 설명했다. 스포츠동아DB

1만 시간의 법칙.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매일 세 시간을 쏟으면 1만 시간을 채우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린다. 인고의 시간을 거친 뒤 전문가가 된 이를 일컬어 흔히 ‘장인’이라고 부른다.


이진영(39·KT)은 1999년 쌍방울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1만 시간의 법칙을 꼬박 두 번 적용해도 될 만큼의 시간 동안 그라운드 위에 있었음에도 이진영은 여전히 야구를 어려워한다.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 한화이글스 경기가 열렸다. 4회초 1사 1루 kt 이진영이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대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비좁아진 자리를 스스로 넓히다


KT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외야진을 강백호~멜 로하스~유한준으로 꾸렸다. 2015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로 KT에 합류한 이진영의 자리는 비좁아졌다. 시즌 초 이진영은 벤치에 앉는 경우가 잦았다. 5월 8일까지 26경기(11선발)에서 타율 0.245, 3타점에 그쳤다. 스스로도 타격감 상승 시점을 섣불리 재단하기 힘들 만큼의 슬럼프였다.


전환점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이진영은 지난 10일 수원 삼성전에서 대타로 나와 1타점 3루타를 때려냈다. 0-3, 3점차까지 뒤졌던 KT는 8회 터진 이진영의 대타 적시타를 시작으로 균형을 맞췄고, 연장 승부 끝에 승리를 따냈다. 이때부터 이진영은 날개를 달았다. 27일까지 11경기에서 타율 0.412, 1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진영은 “대타로 나서 안타를 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지만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감독님이, 팀이 그만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나를 내보내시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한 타석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만든다면 그만큼 뿌듯하다”고 밝혔다.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 한화이글스 경기가 열렸다. 4회초 1사 1루 kt 이진영이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김진욱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우리가 언제까지 신생팀인가?”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자제하는 이진영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그는 지난 18일 수원 NC전 1-6 패배 이후 후배들과 미팅을 가졌다. 당시 KT는 13경기 3승10패로 최악의 흐름이었다. 메시지는 간명했다. “4년째 신생팀인가? 더 이상 핑계가 안 된다. 심적으로 해이해졌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찾아주신 팬들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한다. 다시 심기일전하자.”


KT는 이후 6승2패 상승세를 탔다. 특히 27일 수원 LG전 8-7 승리로 창단 첫 3연속 위닝시리즈라는 의미있는 결과도 얻었다. 이진영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베테랑의 역할’이 보여준 힘이다. 이는 야구장 안의 얘기만은 아니다. 그는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경험이 많지 않아 다양한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후배들이 공인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돕는 게 고참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이진영에게 여전히 야구가 어려운지 물었다. 그는 “당연하다. 여전히 주위 선배 형들에게 ‘야구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럴 때면 ‘내려 놓으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20년째 본능적으로 긴장하고, 두렵고, 쫓기고 있다.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야구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야구장 안에서만 2만 시간을 넘기며 장인이 될 법도 하지만, 이진영은 여전히 그 어려움과 싸우는 중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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