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자진사퇴 남자농구대표팀 허재 감독, 그 배경과 이유

입력 2018-09-05 1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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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경기력도 기대 이하였다. 두 아들을 선발해 논란까지 겪은 허 감독은 5일 자진 사임했다. 사진제공|INASGOC

남자농구국가대표팀 허재(53)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경기력 부진과 선수 선발에 관한 논란이 거세지자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대한농구협회는 “허 감독이 4일 사의를 표함에 따라 이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라고 5일 발표했다. 13일 요르단 원정, 17일 시리아와의 홈경기로 진행될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2라운드는 김상식(50)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지휘한다. 대표팀은 7일 진천선수촌에서 소집된다.


● 갑작스럽게 심경변화를 보인 허 감독

허 감독의 사임은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4일 회의를 갖고 남자농구대표팀의 AG 경기력을 평가하고, 월드컵 예선에 대비한 선수 선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감독이 직접 참석하진 않았지만 직접 꾸린 대표팀 명단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논의 결과를 허 감독에게 전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허 감독은 사임 의사를 경기력향상위원회에는 전달하지 않았다. 허 감독과는 별개로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이번 회의를 마지막으로 전원 사임을 결정하고 협회에 통보했다.

그런 뒤 상황이 바뀌었다. AG를 마치고 4일 오전 귀국할 당시만 해도 “팀을 잘 추슬러보겠다”고 말했던 허 감독이 협회 고위관계자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수 선발에 있어 논란의 중심이었던 허훈(23·KT)을 AG 멤버에 포함시키는 부분에 있어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또한 두 아들이 감독이 아버지라는 점 때문에 피해를 더 봤다는 발언을 했다. 두 아들 대표 선발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나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듯 하다.


● 선발보다 더 논란이 된 경기력

허재호 문제의 핵심은 선수 선발에도 있었지만 가장 큰 부분은 경기력이었다. 이란과의 AG 4강전에서 별다른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완패했다. 귀화선수 라건아(29·현대모비스)가 분전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이란이 강호지만 전술적으로 준비했던 부분이 이뤄지지 않아 경기 내내 끌려 다녔다. 허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인정한 부분이다.

또한 선수 활용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남겼다. 간간히 슈터 2명을 동시에 기용했는데 이 부분이 독이 됐다. 신장이 큰 이란 선수들을 봉쇄하기 어려웠다. 선수의 활용폭도 이전 경기보다 제한적이었다.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해 소수정예로 경기를 운영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수비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수비에 장점을 가진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AG를 앞두고 오세근(31·KGC), 김종규(27·LG), 이종현(24·현대모비스) 등 부상자들이 대수 발생했지만 그들이 없다는 이유로 이란전 부진이 모두 설명되진 않는다. 수시로 소집되는 대표팀은 핵심 선수 부상을 고려해 충분한 대비를 해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허 감독은 관계자들과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됐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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