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동업자 정신·고의성’ KT-LG의 신경전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18-10-03 1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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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 LG 트윈스 경기 전 2일 경기 도중 연속 몸에 맞는 볼을 던진 kt 김민(오른쪽)이 LG 가르시아에게 사과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올 시즌 15번째 맞대결. 가을야구가 멀어진 두 팀 간 승부라 이날 잠실에는 올해 최소인 551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그런데 경기 도중 얼마 되지 않는 팬들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만드는 광경이 나왔다.


● 신경전의 재구성


KT 선발 김민은 1회와 3회 연달아 LG 아도니스 가르시아에게 몸 맞는 공을 던졌다. 제구가 안 된 슬라이더였지만 가뜩이나 부상에 예민한 가르시아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가르시아는 3회 2루로 슬라이딩하며 KT 2루수 박경수에게 태클을 가했다. 박경수는 5회 출루해 3루로 향하던 중 LG 3루수 양석환에게 같은 슬라이딩을 했다. 이번에는 양석환의 차례였다. 6회 2루로 향하며 유격수 심우준에게 태클을 걸었다.

분위기는 8회 급속히 가열됐다. KT 주권의 투구가 LG 이형종의 몸쪽을 향했다. 이형종은 주권을 한참 동안 노려보며 불만을 표했다. 홈런을 때린 뒤 과도한 배트 플립을 행했고, 날아간 방망이는 이계성 구심의 가슴으로 향했다.

경기는 LG의 10-6 승리로 끝났지만 팬들은 실망했다. 골자는 ‘동업자 정신’ 실종이었다. 신경전이야 당연하지만 선수가 다쳐서는 안 된다. 어떠한 이유로든 불만을 느꼈다면, 경기로 푸는 것이 맞다. 신체적인 위해는 유니폼을 입고 가하는 폭력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팬심에 냉각기를 돌린다는 지적이 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 LG트윈스 경기 전 2일 경기 도중 ‘보복 태클‘ 논란을 일으킨 LG 양석환(왼쪽)과 kt 박경수가 화해를 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고의’를 두고 입장차이

결국 3일 시즌 최종 맞대결에 앞서 당사자들끼리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감독들도 입장을 표했다. LG 류중일 감독은 “이형종의 배트 플립이 고의라는 시각이 있던데 천만의 말씀이다. 동업자끼리는 그러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슬라이딩에 대해서는 “나도 유격수 출신이라 태클을 많이 당해봤다. 선수를 향하는 게 아니라면 수비수가 피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들은 한 야구인은 “감독은 선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류 감독의 발언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고의가 느껴지는 배트 플립이었다”고 꼬집었다. 투수의 기를 죽이기 위한 액션인지, 일각의 지적처럼 누군가를 향한 행동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도는 다분했다는 얘기다. 류 감독의 말대로 고의가 아니었다면 심판 혹은 포수에게 사과가 선행돼야 했다. 심판도 동업자다.


● 뒤늦게 외양간 고친 심판진, 소 잃었다면 어쩔 뻔했나

물론 심판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황을 정리할 기회는 있었다. 가르시아는 두 번째 몸에 맞은 뒤 잔뜩 화가 났음을 표현했다. 이때 심판이 타석에서의 일을 베이스로 끌고 오지 말라는 내용으로 주의를 줘야 했다. 5회와 6회 슬라이딩 태클 상황은 ‘골든타임’이었다. 하지만 6회 송구방해 판정을 내려 병살타 처리했을 뿐, 제지는 없었다.

안일한 대처가 빈볼성 투구와 배트 플립까지 이어졌다. 이형종이 던진 배트에 가슴 부위를 맞은 이계성 구심은 1루 덕아웃으로 향해 주의를 줬다. “빈볼성 투구에 대한 보복을 한다면 즉각 퇴장 조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후에는 큰 충돌 없이 경기가 끝났다.

심판들에게는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나 아웃, 세이프 판정은 물론 경기 전체를 관장하는 의무가 있다.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이를 제때 대처하지 못한 심판진에게도 이날의 볼썽사나운 광경의 일부 책임이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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