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시간은 약? 올 겨울 FA 시장에서 시간은 독이다

입력 2019-01-27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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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간 4명, 39일간 0명, 다시 7일간 4명’

2018~2019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계약 추이다. 시장은 두 차례 변곡점을 기준으로 얼었고 녹았다. 선수들은 협상 장기화를 통해 조금 더 유리한 계약을 바랐지만, 결국 백기투항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버티기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양의지·박용택, 두 차례 변곡점

지난해 11월 21일 개장한 올 FA 시장, 첫 3주간 네 명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개장 8일만인 28일 모창민이 원 소속팀 NC 다이노스와 계약한 것을 신호탄으로 최정과 이재원(이상 SK 와이번스)이 잔류를 선언했다. ‘최대어’ 양의지가 12월 11일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도장을 찍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개장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철저한 침묵이 이어졌다. 양의지의 계약이 첫 번째 변곡점이었다. 12월 12일부터 1월 19일까지 39일간 서명한 FA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양의지·최정·이재원으로 대표되는 ‘빅3’가 계약을 완료했다지만, 여전히 구단 입장에서 쏠쏠히 활용할 준척급 자원들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계약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와 구단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두 번째 변곡점은 박용택과 LG 트윈스가 20일 계약완료한 시점이다. 사실 박용택은 타 준척급 FA들과 달리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계약이었다. 이튿날 KT는 박경수와 계약을 발표했고, 김상수(삼성 라이온즈)와 송광민(한화 이글스)도 각각 26, 27일 원 소속팀과 도장을 찍었다. 39일간 들려오지 않던 계약 소식이 일주일 새 네 건이나 나왔다.

●득보다 실이 많은 버티기

그렇다면 양의지 계약 후 39일의 시간 동안 버티고 도장을 찍은 선수들이 얼마나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박용택부터 송광민까지 네 건의 계약 모두 구단의 양보는 많지 않다. 초기 제안에서 옵션 정도만 손질한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백기투항한 셈이다. 아무리 에이전트가 계약을 전담한다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피로감만 남았다. 일부 FA들은 ‘이 조건에도 버틴 이유가 무엇이냐’는 여론 악화도 감수해야 한다.

선수들이 백기를 든 것은 버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29일 출국하는 KT를 시작으로 늦어도 31일까지는 대부분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선수는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어도 40일간의 팀 훈련을 소화한 이와 몸 상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FA 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구단들은 대부분 국내에 협상 실무진을 남겨둘 계획이기 때문에 중도 합류도 가능하다. 하지만 버틴다고 계약 조건이 나아질 리는 만무하다.

3년 최대 26억원에 KT와 계약한 박경수는 “시장이 이렇게 얼어붙어 있는데 (이정도면) 좋은 조건”이라며 구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1호 계약자’ 모창민 역시 “준척급 FA들의 상황이 안 좋다. ‘대박’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모창민의 대박은 냉철한 자기 분석이 만든 결과다. 얼어붙은 시장에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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