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차상현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번 시즌 장충의 봄을 이끌었던 GS칼텍스가 봄 배구 무대에서 퇴장했다.
● 유난히 극적이었던 등장과 퇴장
극적으로 찾아온 봄이었다. 되돌아보면 PO 티켓을 놓고 김천에서 벌였던 8일의 6라운드를 포함해 도로공사와 연속 4번의 풀세트 경기를 했다. 이 가운데 역대 PO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고 처절했던 닷새 사이 15세트 경기는 두고두고 팬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평균연령 24세의 젊은 팀은 32세의 베테랑 팀과의 경기에서 즐기면서 하는 배구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줬다.
“아쉽기는 하지만 잘 싸웠다. 외국인선수 없이 두 경기를 끝까지 해준 선수들이 고맙다. 가진 선수자원을 가지고 이것저것 다 시도했다. 상대를 이렇게 괴롭혔다는 것만으로 선수들이 고맙다. 우리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면서 밟은 표정으로 경기 뒤 인터뷰를 했다. 모든 것을 불살랐기에 차상현 감독은 지고도 선수들을 칭찬했고 밝은 미래를 먼저 얘기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스포츠동아DB
● 우정과 존중 그리고 품격 있는 패배
“축하한다. 올라가서 잘해라” “수고했다”고 두 감독이 포옹하면서 주고받은 말 속에는 상대를 향한 진심과 진한 우정이 담겨 있었다. 패배로 속이 쓰릴 상황에서도 “우리가 너무 힘을 많이 빼버린 것이 아니냐”며 농담을 걸 정도로 의연했던 차상현 감독은 GS칼텍스 선수들에게도 승자를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비겁하게 지고 나서 뒤로 뭐라고 말하지 말자. 우리는 운동하는 사람들이다. 언니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해줘라. 문자든 뭐든 그게 맞다. 괜히 삼류같이 뒤에서 욕하고 인상 쓰고 절대 그러지 말자. 우리는 토종 선수만 가지고도 이렇게 상대를 괴롭혔다. 이런 경기 내용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너희는 박수 받아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승자를 인정하고 결과를 존중하자는 그의 말에는 스포츠가 추구하는 모든 이상이 다 들어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에 후회가 없는 차상현 감독과 GS칼텍스 젊은 선수들은 당당한 패자의 모습으로 품격 있게 경기장을 떠났다.
김천 ㅣ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