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양의지. 스포츠동아DB
그러나 NC 다이노스 양의지(32)는 다르다. 지난해 23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75경기를 뛴 올해 이미 13개를 쳤다. 80경기를 소화한 NC의 잔여경기는 64게임이다. 산술적으로 앞으로 11개의 홈런을 더 기록할 수 있는 페이스다. 11개의 홈런을 더 때린다면 시즌 홈런 숫자는 24개로 2007년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시즌 홈런 숫자를 기록하게 된다. 말 그대로 ‘커리어 하이’다.
각 팀을 대표하는 대형 타자들이 홈런을 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양의지는 어떻게 지난해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을까. 스스로는 겸손한 성격대로 “운이 좋았다”, “실투를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다.
장성호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2일 “타격 포인트가 굉장히 앞에서 형성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현역시절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통산 2100안타를 친 장 위원은 “상대 투수의 공을 완벽히 분석하고 대응했을 때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둘 수 있다. 게스 히팅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의지는 253타수 90안타로 타율 0.356을 기록 중이다. 타격 1위다. 리그에 단 3명뿐인 3할4푼 이상 타율 타자 중 가장 선두에 있다.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홈런 역시 5·6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는 정교한 선구안과 수 싸움 능력이 있다.
상대 팀 배터리 코치들은 양의지의 작은 빈틈을 찾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히팅 존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점도 갖고 있다. 포수로 수없이 많은 수 싸움을 하며 쌓은 경험이 타격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 투수가 선택한 각 공의 궤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최적의 상황에서 받아칠 수 있는 유연한 스윙으로 대처하며 홈런 실종의 시대에서 굳건히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양의지는 올해 NC와 맺은 4년 대형 프리에이전트(FA) 장기계약(총액 125억 원)의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많은 스타들이 FA 첫 시즌 부상과 부진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가장 힘든 포지션 중 하나인 포수를 소화하며 공격능력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