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지가 지난 13일 광주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 다이빙에서 메달을 목에 건 최초의 한국 선수로 자리매김하며 새 역사를 썼다. 사진은 동메달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수지. 사진제공|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12일 개막한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내의 많은 체육인들이 걱정한 부분이 있었다. 완전한 ‘남의 잔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월드컵과 동·하계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육상선수권, 세계사격선수권 등 수많은 국제대회를 유치하며 쌓인 노하우로 인프라 준비와 운영은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나 성적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특히 한국은 전통적으로 수영과 육상 등 기초종목에 약해 불편한 시선은 계속됐다. 실력이 검증된 ‘마린보이’ 박태환(30)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해 자칫 ‘노 메달’로 대회를 마칠 수 있다는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FINA도 성공적인 대회가 되려면 흥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관중몰이가 개최국 성적이 큰 요인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1973년 초대 대회부터 이전까지 개최국의 노 메달은 3번이었다. 1975년 콜롬비아가 그랬고, 1982년 에콰도르 역시 안방의 잔칫상을 손님에게 내줬다. 1986년 스페인 역시 한 개의 메달도 얻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역대 4번째 개최국 노 메달을 걱정하며 막이 올린 대회, 크게 기대 못 한 다이빙이 큰일을 냈다. 김수지(21·울산광역시청)가 13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1~5차 시기 합계 257.20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2주차 경영경기에서 김서영(25, 경북도청·우리금융그룹)이 개인혼영 200m·400m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비인기 종목에서도 비인기 종목인 다이빙이 한국수영에 역대 세계선수권 두 번째 메달을 안겼다. 올림픽 종목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메달의 물꼬를 트며 조직위원회를 비롯한 수영 관계자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도 14일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1~6차 시기 합계 406.15점으로 4위를 찍어 시상대에 근접했다. 3위 펑진펑(중국·415.00점)과의 격차는 불과 8.85점. 보드를 힘차게 구르고 입수할 때마다 순위가 계속 바뀌었다. 1위로 출발해 3위로 떨어졌다가 또 선두에 등극하고, 다시 3위로 내려앉은 뒤 4위로 밀려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쥔다는 표현 그 이상이었다. “우리도 세계수준에 근접했다”는 우하람의 당당한 선언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동생들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언니, 누나도 힘을 냈다. 조은비(24·인천광역시청)와 문나윤(22·제주도청)도 14일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싱크로나이즈드 결승에서 1~5차 시기 합계 261.12점으로 톱10(10위)에 진입했다. 결승에서 경쟁한 루마니아와 독일을 제치며 내일의 희망을 예고했다.
15일에도 선전은 이어졌다. 조은비-김수지 조는 여자 3m 스프링보드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12위)의 쾌거를 일궜고, 우하람-김영남(23·국민체육진흥공단) 조는 남자 10m 플랫폼 싱크로나이즈드에서 4회 연속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한 데 이어 역대 타이인 6위에 올랐다. 조은비-김수지, 우하람-김영남 조가 호흡을 맞춘 건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부터다.
이제 마음 편히 즐길 일만 남았다. 이미 우리의 잔치다. 다른 국가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수준에 이르게 됐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수영 인들은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듯 조금씩 격차를 좁히다 보면 강국이 된다. 광주대회가 우리에게 큰 꿈을 안겨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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