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이틀 연속 고개 숙인 한국

입력 2019-11-17 2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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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SC 프리미어12 일본과 한국의 결승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이 열린 17일 도쿄돔은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구름 관중이 몰렸다.

도쿄돔 인근 상가는 ‘사무라이 재팬’ 유니폼을 입은 일본 야구팬들에게 점령됐다. 곳곳에 일장기가 걸려 있고, 야구장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팬들의 줄은 질서정연하게 늘어져 있었다.
약 4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은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일찌감치 스탠드를 채운 관중들은 홈팀 일본이 타격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박수로 반겼다. 큼지막한 타구가 외야 상단에 꽂힐 때는 마치 실제 경기 홈런이 나온 것처럼 함성과 박수 소리를 높였다.

흰색 유니폼으로 도배된 야구장에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대표팀은 마치 사막 한 가운데 고립된 소규모 전투 부대와 같았다. 한국에서 먼 길을 달려온 원정 팬들이 목청껏 응원을 보냈지만, 4만 명이 넘는 일본 팬들의 박수 소리에 금방 묻히곤 했다.

대표팀은 하루 전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8-10으로 석패했다.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는 한일전. 누구보다 패배의 쓴 맛을 잘 아는 선수들은 경기 전 덕아웃 앞에서 손을 모으고 결의를 다졌다. 프리미어12 2연속 우승을 향한 디펜딩 챔피언의 각오는 비장해 보였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오늘 결승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하루 전 패배 설욕과 함께 프리미어12 2연패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출발은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좋았다. 1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김하성(24·키움 히어로즈)의 선제 투런포가 터졌고, 이후 ‘캡틴’ 김현수(31·LG 트윈스)가 솔로포를 더해 3-0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1회말 스즈키 세이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추격을 허용한 뒤, 2회에는 리드오프 야마다 테츠토에게 역전 3점홈런까지 내줬다.

초반 분위기를 넘겨준 한국은 재역전 의지를 다지며 4년 전에 이어 2연패를 노렸지만 한 번 내준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3-5로 결국 패했다. 그동안 일본전에서 수차례 짜릿한 장면을 연출했던 ‘약속의 8회’도 이번엔 볼 수 없었다. 기대했던 박병호의 홈런포는 끝내 터지지 않았다. 상대의 필승 계투진에 맥을 추지 못하고 아쉬운 주루플레이가 반복되는 등 스코어 못지않게 게임 내용도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일방적 응원과 보이지 않는 텃세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

2019년 11월 17일, 한국 야구는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에서 쓸쓸히 물러났다. 이틀 연속 패배는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내년 7월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 영광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적잖은 숙제를 확인한 결승전이었다.

도쿄|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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