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혹사냐 역대급 시즌이냐, 이재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입력 2019-12-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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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스포츠동아DB

요즘 흥국생명 이재영은 혹사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혹사를 언급하며 무조건 팀을 떠나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책임지지 못할 의견에 꼭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정책을 결정하는 책임자들이 중심을 못 잡다보니 간혹 부화뇌동하는 경향도 보인다.

박미희 감독도 혹사란 말이 자주 언급되자 “너는 많이 때려도 적게 때려도 감독이 욕을 먹는다”고 이재영에게 솔직하게 얘기한 적도 있다고 했다.

윙 공격수 포지션 특성상 이재영은 상대의 서브를 받아가면서 공격도 가담해야 한다. 보통은 OPP가 주 공격수 역할을 하고 윙 공격수는 OPP의 반대쪽에서 공격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윙 공격수가 워낙 뛰어나면 그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 김연경의 위대한 기록에 도전하는 이재영

김연경이 흥국생명에서 뛸 때도 그랬다. 그는 2005~2006시즌부터 4시즌 동안 756~562~649~670득점을 했다. 같은 기간 468~482~593~719개의 서브도 받았다. 이재영은 2014~2015시즌부터 374~498~479~555~624득점을 했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부터는 외국인선수를 제치고 사실상 팀의 주공격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4일 현재 11경기를 치러 벌써 287득점이다. 이 추세라면 700점 돌파는 물론이고 김연경이 세웠던 최고기록(756득점)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공격보다는 리시브가 체력적으로 더 힘들다고 한다. 허리를 숙여서 혹은 몸을 구르면서 공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모든 팀은 흥국생명을 만나면 이재영에게 서브를 집중한다. 빨리 지치게 하기 위해서다.

기록으로도 쉽게 드러난다. 760~916~867~1052~638개의 서브를 받았다.

김연경의 리시브 숫자와 비교하면 이재영의 체력부담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지난 시즌에는 상대팀이 김미연을 공략한 덕분에 리시브 부담이 가장 적었다. 이번 시즌에는 11경기에서 벌써 289개의 서브를 받았다.

이재영의 시즌 공격성공률이 33%대로 낮았던 두 시즌에는 리시브가 916개와 1052개였다. 이번 시즌은 리시브도 많이 받지만 공격성공률은 40%대로 루키 시즌 이후 최고다. 역대급 시즌을 만들고 있다.

이재영. 스포츠동아DB


● 혹사인가 위대한 기록을 향한 도전인가

그런 이재영을 놓고 사람들은 혹사를 말한다. 하필 공격의 좌우균형을 맞춰줘야 할 외국인선수 루시아가 충수염으로 빠져 있다. 그래서 지금 이재영에게 공격의 하중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것을 꼭 혹사로만 봐야할지 아니면 절정기에 돌입한 이재영이 위대한 기록을 향해 접근하는 것으로 봐야할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혹사의 기준이다. 몇 개의 리시브를 하면 혹사고 몇 개면 정상인지 누구도 모른다. 팀에서 더 리시브를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경기상황에 따라 바꿔주겠지만 현재 V리그에서 이재영보다 서브를 잘 받는 선수는 많지 않다. 결국 팀과 감독은 이기기 위해 계속 그를 쓸 수밖에 없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혹사의 기준이 되는 점유율이 몇 퍼센트인지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날 선수의 몸 상태와 경기 상황에 따라서 공격횟수는 편차가 크다. 게다가 이재영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선수다. 다음 시즌 최대한 유리한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그래서 ‘FA로이드’라는 말도 나왔다. 시즌 뒤 FA시장의 최대어는 누가 뭐래도 이재영이다. 모든 팀과 감독, 선수들이 탐낸다. 그가 움직이면 여자부 순위판도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는지도 모른다.

● 세터의 속성과 몰빵 배구의 오해

흔히 사람들은 감독의 지시로 몰빵을 한다고 믿지만 이 것도 사실이 아니다. 감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누구에게 공을 주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그 판단은 세터가 한다. 다만 세터도 연결을 잘 해결해주는 선수에게 더 많이 공을 주려고 한다. 이기고 싶어서다. 그래서 에이스에게 공이 몰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세터는 경기도중에 누구에게 몇 개를 줬는지 세지 않는다. 솔직히 팬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토탈, 분배배구가 자리 잡을 여유조차 없다. 이런 면도 감안하고 나서 혹사를 언급해야 옳다.

도쿄올림픽 본선진출을 위해서는 이재영이 너무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은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구단도 감독도 이재영도 그 사실을 안다. 이재영이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얘기한 것은 딱 2가지 “나는 공을 받고 때려야 더 편한 스타일이다” “내가 감독이라도 (이재영을) 그렇게 쓸 것이다”였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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