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으로 운명 가른 K리그 우승과 ACL 출전권 “이래도 공격축구 안 할 거야?”

입력 2019-12-05 14:5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2019시즌 K리그1 우승은 전북 현대가 차지했지만 2위 울산 현대와 승점(79점)은 같았다. 운명을 가른 건 득점이었다. 전북은 72골이고, 울산은 한 골 뒤진 71골이었다. 정말 딱 한골차로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결정됐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이 걸린 3위도 마찬가지였다. 3위 FC서울과 4위 포항 스틸러스가 승점 56으로 동점이었지만 득점에서 서울(53골)이 포항(49골)에 앞섰다.

이번 시즌에서 특히 부각된 게 순위결정 방식이다. K리그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축구 종목, 그리고 유럽의 대다수 프로리그와는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승점이 같을 때 대부분 득점과 실점의 차이(득실차)를 따지고, 이어 다득점→다승→승자승→벌점→추첨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K리그는 승점 다음에 다득점을 뒀다. 즉,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이다. 득실차보다 득점의 비중이 높은 건 K리그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참고로 국내 다른 종목들은 상대 전적에 비중을 둔다.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5위 이내 팀 간 승률이 동일할 경우 상대 전적→상대 다득점→전년도 성적순이고, 프로농구는 승수가 같을 경우 상대 전적→골득실→다득점을 비교한다. 프로배구는 승점에 이어 승수와 세트 득실을 따진다.

K리그가 순위결정 방식에 변화를 준 건 2016년이다. 축구장에 골이 없고, 그래서 재미없다는 비판이 난무할 때였다. 관중 감소로 썰렁해진 경기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찾다가 다득점 카드를 꺼냈다. 이는 공격축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인데, 득점을 늘려 재미를 더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물론 모두가 찬성한 건 아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수비도 축구 전술의 일부’라는 비판도 있었다. 또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그러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준 건 그만큼 절박했다는 방증이다.

올해까지 K리그1에서 다득점으로 순위가 바뀐 건 모두 5차례다.

2017년 전남 드래곤즈와 상주 상무가 승점 동점(35점)이었지만, 상주는 득점에서 뒤져(상주 41골, 전남 53골) 11위로 승강 PO로 밀렸다. 지난해에도 승점 40의 10위 상주와 11위 서울이 단 한 골차(상주 41골, 서울 40골)로 희비가 갈렸다. 아울러 4위 포항과 5위 제주의 순위를 가른 것도 득점이었다. 여기에 올해 우승과 3위의 순위 결정에서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와 재미를 더했다.

감독들 반응은 나쁘지 않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포항과 동해안 더비를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지더라도 골을 넣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다득점 룰은 좋은 방향”이라고 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도 “다득점 룰에 대해 긍정적이다. 좀 더 많이 득점했다면 마지막까지 ACL에 대한 희망을 가졌을 것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순위결정 방식을 바꾼 지 4년 만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하다. 제도를 통해 경기장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도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득점의 중요성이 제대로 주목 받은 한해였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골이라도 더 넣겠다는 생각이 선수단 전체로 퍼진다는 건 어쨌든 긍정적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