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베이스볼] 오재원에게 감탄·김현수에게 자극…양의지가 구축할 ‘공룡 리더십’

입력 2020-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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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스포츠동아DB

프로 입단 15년 만에 처음으로 ‘캡틴’이 됐다. 양의지(33·NC 다이노스)는 유니폼 위 어색했던 ‘C’ 마크와 적응 중이다. 전 소속팀에서 함께 했던 오재원(35·두산 베어스)과 김현수(32·LG 트윈스)는 좋은 ‘참고서’다.

NC 선수단은 2020 시즌 주장으로 양의지를 선출했다. 두산에서 영입돼 단 한 시즌을 치른 양의지가 팀에 미친 영향이 지대했다는 의미다. 단지 35년 만의 포수 타격왕에 등극하며 가을야구를 이끈 가시적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단이 아닌 NC 전체를 아우른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양의지는 “주장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신경 쓸 게 너무 많다는 고민이다. 양의지는 두산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오재원에게 연락해 “그동안 어떻게 이걸 해냈나”라고 감탄 섞인 질문을 했다. 오재원은 2015년, 그리고 2018년부터 올해까지 두산의 주장을 맡고 있다. 오재원은 “여러 번 말했다.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라고 답하며 ‘선배 주장’의 위엄을 뽐냈다.

‘구단 전체를 아우른다’. 양의지가 오재원의 몇 가지 조언을 듣고 내린 결론이다. 흔히 주장을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이라고 표현하는데 양의지는 여기에 프런트, 팬까지 추가했다. 구성원 모두가 한 호흡으로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원 팀’이 목표다. 양의지의 시야는 선수단에만 머물지 않는다. 입단 직후부터 불펜 포수들에게 미트를 선물하는 등 음지의 프런트 처우에 관심을 가져왔다. 프런트 직원에게 주장 로고를 구단 마스코트 ‘단디’ 모양으로 바꾸자고 농담을 건넨 것도 꼼꼼함의 상징이다.

●“좋은 주장? 결과가 말해준다”

오재원이 놀라움을 줬다면 김현수는 목표가 됐다. 2018 시즌을 앞두고 LG로 이적한 김현수는 두 번째 시즌인 2019년부터 올해까지 2연속시즌 주장을 맡았다. 라이벌 두산 출신이 LG에서 완장을 찬 건 김현수가 처음이었다. 두산의 간판스타였지만 낯설음은 없었다. 김현수는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비시즌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끄는 ‘김 관장’으로 변신해 후배들의 운동을 독려하고, 경기 중에는 쉴 새 없이 떠들며 후배들과 소통한다. 때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김현수는 짧다면 짧은 지난 2년으로 LG를 바꿨다.

양의지는 “(김)현수가 이적 후 팀을 많이 바꿨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나. 나 역시 그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결국 결과가 좋아야 잘했다고 평가받는다. 팀 성적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밝혔다. LG 선수들이 김현수에게 기대듯, NC 선수들은 양의지에게 의지한다. 야수들은 물론 투수들도 양의지의 한마디에 많은 의미를 담는다. NC 코치들은 “(양)의지가 생각보다 더 세심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양의지의 존재감은 이미 뚜렷하다.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오재원과 김현수부터 가깝게는 ‘NC 레전드’ 이호준 타격코치까지…. 주장이 낯선 양의지의 주위에는 좋은 선례들이 있다. 물론 참고는 참고일 뿐. 양의지만의 ‘공룡 리더십’은 조금씩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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