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병호(왼쪽)-두산 김재환. 스포츠동아DB
삼진은 홈런의 세금이라고 불린다. 담장을 넘기기 위해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큰 스윙을 하면 자연히 헛스윙 확률도 높아진다. ‘거포’에게 바라는 것은 세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더라도 마지막 한 타석에서 짜릿한 홈런을 때려내는 모습이다.
● 삼진이 익숙했던 홈런왕들이지만…
‘홈런왕’ 박병호(34·키움 히어로즈)와 김재환(32·두산 베어스)에게도 삼진은 낯설지 않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메이저리그 2년 제외)간 764경기에서 249홈런을 때려내며 5차례 홈런왕에 등극했다. 그 기간 박병호의 삼진율은 22.3%로 2000타석 이상 타자들 중 4위였다. 김재환도 2016년부터 2년간 홈런 3위에 올랐고, 2018년 44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에 입을 맞췄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삼진율은 20.1%로 역시 2000타석 이상 타자들 중 4위였다.
손꼽히는 삼진율을 기록하고도 리그 최강의 타자로 군림한 이유는 역시 홈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박병호는 6년간 7.48%(1위), 김재환은 4년간 5.51%(2위)의 홈런율을 기록했다. 산술적으로는 4~5경기에서 하나쯤은 넘겨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올해도 홈런만큼은 확실하다. 김재환과 박병호는 15일까지 나란히 7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7위에 올라있다. 선두 로베르토 라모스(LG 트윈스·13개)와 격차가 적진 않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고 몰아치기에 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홈런왕 후보로 분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삼진율은 UP, 홈런율은 DOWN
문제는 삼진율이다. 올해 삼진 톱 3에는 박병호, 나성범(NC 다이노스·이상 49개), 김재환(46개) 등 거포들이 올라있다. 나성범은 높은 삼진율에도 불구하고 35경기에서 타율 0.319, 11홈런, 31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와 김재환은 정교함을 잃었다.
박병호의 삼진율은 31.6%. 보통 20%대 초중반에 머물렀음을 고려하면 비약적 증가다. 타율은 0.202로 규정타석을 채운 58명 중 최하위다. 손혁 키움 감독은 박병호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중심타선에서 팀 공격의 흐름을 여러 차례 끊고 있다. 잔루는 무려 80개로 2위다. 잔루 3위는 76개의 김재환이다. 커리어 로우였던 지난해에도 삼진율은 19.7%였지만 올해는 30.6%로 훌쩍 뛰었다. 반면 타율은 34경기에서 0.244에 머물고 있다.
테이블세터가 맛있는 밥상을 차려놓아도 이를 잔루로 남겨두니 팀 득점도 폭발력을 잃었다. 확실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두산과 키움이 3, 4위로 처진 것도 간판타자의 해결사 본능 실종이 한몫한다.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삼진 불명예는 2000년 톰 퀸란(현대 유니콘스)이 세운 173개다. 그해 퀸란은 133경기에서 타율 0.236을 기록하는 등 정교함을 보이진 못했지만 37홈런, 91타점으로 ‘모 아니면 도’식의 타격을 펼친 바 있다. 박병호는 196삼진, 김재환은 185삼진 페이스다. 물론 감각을 어느 정도 회복한다면 200삼진의 불명예는 피할 수 있겠지만, 퀸란의 기록까지 면하려면 더 빠른 반등이 절실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